아베 정권의 자충수
아베 정권의 자충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0.01.2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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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보케(멍청이) 아베'. 일본 관광업계 종사자라면, 특히 서일본 지역에서 관광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 심심치않게 자주 나오는 말들이라고 한다. 아베 정권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화가 난 한국인들이 이 일대에 여행을 오지 않으면서 지역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큐우슈우 일대부터 쓰시마 섬, 남으로는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일본 관광업계는 초토화 상태다.

한국과 거리가 가깝고 단기간 여행이 가능해 인기가 많은 쓰시마섬의 경우 지난해 10월 한 달간 한국인 관광객 수가 2807명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90%가 줄었다. 인구 수가 3만5000명에 불과한 쓰시마 섬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상반기까지 월평균 5만여명에 달했다. 2018년 한해 동안 쓰시마 섬을 다녀온 한국인은 67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한국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

전체 지역 경제의 90%를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쓰시마시는 현재 사실상 전 상권이 개점휴업 상태다. 시가지 대부분이 숙박업소, 음식점, 지역 특산품과 관광상품 판매점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행객의 발길이 끊기며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거리는 한산하다.

한국인이 많이 다니는 돗토리현의 경우도 비슷하다. 해안 관광지가 많은 이 지역은 지난해 말 타격을 입은 관광업계에 지방정부 예산 2억8000만엔을 긴급 편성, 지원하기로 했다.

온천 관광지로 한국인 효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벳푸가 있는 큐우슈우 지역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지방 정부의 관리들이 부산과 서울 등지로 출장을 나와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색을 하지는 못하지만 아베 정부의 관광 부처도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8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3120만명. 이중 1/4에 달하는 750만명이 한국인들이다. 자국 관광산업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급감은 관광이 주 수입원인 일본 재정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한 방송사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에 맞선 한국의 관련 기술 개발 실태를 보도했다. 1년 넘게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했던 필수 반도체 부품 소재인 불화수소의 국산화를 6개월이나 앞당겼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올해 전년대비 2.5배나 증가한 2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요 반도체 부품 소재의 `탈일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뉴스도 내보냈다.

또 다른 매체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되레 일본의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보다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해 수출 규제 조치 후 7~10월 넉 달간 한국의 대일 수출액은 9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 감소한 반면, 일본의 같은 기간 대 한국 수출액은 15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나 줄었다.

일본으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결과다. 강경하게 버티던 일본이 드디어 지난주에 공식 채널을 통해 한일 외교 라인에 복귀했다.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강경화 장관을 만난 것이다. 양측의 원론적인 입장 차이는 좁히지 못했지만 일본의 답답함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결코 시간을 끌어봤자 서로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는 일본의 무리한 자충수. 일본이 어떤 출구 전략으로 협상 테이블에 임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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