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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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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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죽음 부른 하루 70원의 유혹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前 사무처장>

지난, 주말 육아휴직중인 나에게 모처럼 나들이를 나갈 시간이 생겼고, 지체없이 괴나리봇짐을 꾸려서 변산면 운산리에 있는 공동체마을로 향했다.

각설이 옷차림 모양새 그대로의 옷차림을 한 농사꾼이 밭에서 쑥을 뜯고 있다. 이 농사꾼은 10여년 전에, 우리지역 한 국립대학의 정교수 자리를 버리고 농촌공동체마을을 일구기 위해 떠났던 윤구병 교수.

흙집 짓는 일을 돕다 새참으로 막걸리 한주전자 두고 공동체 식구들과 빙 둘러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문턱없는 밥집' 건립계획을 열심히 설명하는 윤구병 선생님. '문턱없는 밥집'이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점심한끼지만 단돈, 천원에 유기농으로 잘 가꾸어진 우리농산물 재료만으로 만든 점심을 제공한다는 사업이라 하신다. 그리고 노동운동도 가난한 이웃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나눔의 연대정신을 갖지 못하면 안된다며 윤구병 선생은 계속 나눔을 강조하신다.

공동체마을의 구성원은 식사를 같이 해야한다. 그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공동체 식당에 어떤 이가 비뚤비뚤하게 써 놓은 글이 있다. "하늘을 한두사람이 가질 수 없듯이, 밥도 그렇습니다. 하늘처럼 나눠갖는 것이 바로 밥입니다."

변산 공동체마을을 뒤로 하고, 청주로 올라오던 날, 어느 아파트 경비원의 자살소식이 전해졌다.

스무명의 아파트 경비원중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6명을 해고한데 대해서 앙심을 품고 시너를 뿌리고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는 뉴스 앵커.

그리고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으로, '1인당 인건비가 약 20만원 정도 오르게 되니, 입주민 입장에선 관리비 절감차원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어떤 입주민의 인터뷰. 그리고 다시, 최저임금제 적용으로 오히려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이 불안정하게 될거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고 걱정하는 뉴스앵커. 이 팽팽한 대립의 본질에 들어가기 위한 수학계산을 해본다. 15층 혹은 21층 하는 아파트 한동의 가구수는 보통, 최소 90가구에서 최대 168가구. 이 상향된 인건비 20만원 가구당으로 환산하면 월 1200원에서 2200원. 하루로 환산하면 가구당 40원에서 70원. 겨우 이돈이 이 팽팽한 대립의 본질이다.

지난해 말이였던가! 민주노총이 비정규관련 법안의 부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물에 나온 나이든 경비원의 인터뷰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나는 경비원입니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하루 16시간을 일합니다. 오늘 기다리던 월급을 받았습니다. 한 달 539시간을 일하고 68만원을 받았습니다. 다음달에도 그럴 겁니다."

최저임금이란, 우리 사회 구성원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강제적 '나눔장치'다. 짐승처럼 살지 않도록, 굶지않고 영양실조는 걸리지 않도록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물질적 강제장치다. 그런데, 하루 40원에서 70원과 최저임금의 결합을 두고 우리 주변에서 대립하고 갈등한다.

청주에 와서 공동체마을 식구들에게 속으로 물어본다. '도대체 나눔이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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