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백목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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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라! 된다!
정 상 옥 (수필가)

완연한 봄이다. 세상 어디를 가도 꽃향기로 그윽하고 눈 길가는 곳마다 온통 초록의 물결로 넘실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퇴색한 낙엽이 수북이 쌓인 구룡산 기슭에는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찬바람만 스산하게 불더니 어느덧 알록달록 화사한 꽃과 신록의 생명들로 여백이 점점 채색되어가고 있다. 세상은 찬란한 봄햇살과 함께 곳곳에서 향연이 펼쳐지고, 라일락 꽃 향기마저 창가로 스며드니 침잠해 있던 여인의 감성을 마구 흔들어 놓는다.

어제저녁 작은 기계 하나가 침체된 나의 의식을 호되게 한방 쳤다. '닌텐도'라는 전자기계로 두뇌 테스트 받았는데, 지금의 내 연령보다 뇌 연령이 무려 이십여 년이나 높게 나왔다. 시간과 공간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유효적절하게 자기개발에 힘쓰며 산다고 자부하던 내 삶에서 뻥 뚫린 허구를 본 것 같아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뇌 과학에 기초를 둔 간단한 계산과 음독 앞에서 쩔쩔매는 나 자신을 보았다. 그동안 안일한 삶의 방식 안에서 안주의 편함을 느낄 때 나의 두뇌는 녹이 슬고 아둔해지고 있었나보다.

생산성과 비생산을 명확하게 갈라놓으며 쉬운 길만 찾아 습관처럼 살아오던 편파적인 내 삶의 그림자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순간 부끄러워졌다. 화려한 겉 장식에 이끌려 한껏 부푼 기대로 열어본 선물이 덩그러니 실속 없는 빈 상자임을 알았을 때처럼 허망함마저 엄습했었다. 무엇을 탓하랴. 한 해 한 해 나이테를 거듭할수록 두뇌를 쓰는 일은 아예 제켜두고 단순하고 쉽게 얻으려는 욕심만을 더 키우며 살아 왔음을 부인할 수 없는걸.

노력도 하지않고 안 된다는 결론부터 낸 후 쉬운 길을 찾으려 무심한 세월만 보낸 날들이 수없이 많았었다. 그러다가 작은 난관 앞에서 도전하려는 의지 한 번 세우지 않고 좌절하고 의욕마저 꺾여 주저앉던 소극적인 삶이었다.

나름대로는 세상살이에서 불타는 열정을 가슴깊이 품고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길로 가기위한 방편이었노라고 자위하면서 때론 적절하게 합리화도 시키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하고자 하는 열정보다는 이루려는 욕심이 내 앞에 먼저 앞설 때가 많았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살기보다는 일확천금의 행운을 꿈꾸며 하루에도 몇 번씩 주춧돌 없는 모래성을 쌓았다 무너트리고 또 쌓아올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부질없는 삶이었다.

경쟁사회인의 일원으로 한발작이라도 더 앞서려는 만용에 휘말리고, 그러다가 그리던 꿈의 허상에 낙담하여 작은 바람결에도 쓰러져 열정이 허물어지던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런 후엔 언제고 세상을 향해 나의 아둔함을 항변하려 했고, 옆에서 함께 뛰던 이웃들에게 잘못된 결과를 논리적인 잣대로 들이대지 않았던가.

노력하지 않는 삶에 충족이란 있을 수 없고 성공의 참 가치를 느낄 수 없었으련만 정상을 향한 선망만 가득했지 그곳으로 달려가기 위한 노력의 열정은 언제고 부족했던 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노력 없는 성취가 내생 안에서 얼 만큼의 가치가 있었을까. 기회는 열정을 가진 사람의 것이라 했다.

어느 작가의 되고 '법칙이란' 글이 생각난다.

'잘못이 있으면 잘못을 고치면 되고, 힘이 부족하면 힘을 기르면 되고 길이 안보이면 찾을 때까지 찾으면 되고, 생각이 부족하면 생각을 하면 되고, 내가 믿고 사는 세상에 살고 싶으면 거짓말로 속이지 않으면 되고, 미워하지 않고 사는 세상을 원하면 사랑하고 용서하면 되고, 사랑받으며 살고 싶으면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진실하면 되고, 세상을 여유롭게 살고 싶으면 이해하고 배려하면 되고.'

-출처 이 상대 저 '새로운 세기의 시작 2권'중에서-

얼마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지향이며 꿈과 희망을 주는 메시지인가.

겨우내 북풍한설에 앙상하게 말라 떨고 있던 나목에서 그윽한 향기를 지닌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워낸 것은 되고자 하는 열정으로 참고 견딘 인내의 결실일 것이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햇살에 나른하게 풀려있던 몸과 새로운 자기개발의 도전이 두려워 움츠려들던 나의 정신과 두뇌를 이제는 정말 일으켜 세워야만 할 것 같다.

푸른 잎사귀를 가지마다 탐스럽게 매달고 향기 좋은 꽃송이로 봄날의 향연을 펼치는 화목(花木)의 싱그러운 자태에서 약동의 기가 내게 무던히 전해 오는 듯하다. 하겠다는 열정을 가슴에 품으니 그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파동이 물결치어 온몸에 힘이 가해진다.

일어서 나아가리라. 그리고 도전하리라. '되고 법칙'에 대입해서 인생을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이 없다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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