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의 경고
자연환경의 경고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20.01.0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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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호주와 뉴질랜드다. 호주는 5천만 년 전 남극대륙과 분리되어 유일하게 대륙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나라가 추운 겨울일 때 뜨거운 여름인 나라. 지구의 남단에 있는 그곳이 지금 위기 사태다.

호주 남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호주 전역으로 퍼지면서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 때문에 시드니 서부 펜리스는 사상 최고인 섭씨 48.9도를 기록했다. 주택 150 0채 이상이 손상된 가운데, 대략 서울 면적의 80배, 벨기에나 하와이의 2배 면적이 불탄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도 23명에 이르며, 3개 주에서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령이 떨어졌다.

호주는 오랜 세월 고립된 대륙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생물 종이 발달한 곳이다. 캥거루, 코알라, 오리너구리, 바늘 두더지, 에뮤, 웜뱃 등등 이 나라가 아니면 구경조차 할 수 없는 동물들이 많아서 생물학도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땅이다. 그러나 화마가 수개월째 호주의 대지를 휩쓸면서 무수한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거나 멸종할 위기에 처했다.

시드니 대학의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이번 대형 산불로 인해 4억 8000만 마리 이상의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가 사라졌다고 한다. 가장 큰 희생을 치른 동물은 호주의 대표 캐릭터이기도 한 코알라다. 동작이 느리고 이동을 잘 하지 않는 습성 때문인데 뉴사우스웨일스 중북부 해안에서는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000마리 이상이 지난 4개월 사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이 계속되자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과 호주 정부의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탓에 산불 시즌이 더 길고 위력적으로 되자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즉각 세우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보수파인 스콧 모리슨 총리는 뒤늦게 화재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인정하면서도 수익성 높은 석탄 광산업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유지했다. 또 배출가스 감축을 위한 추가 조치도 채택하지 않았다. 여기에 시드니의 유명한 신년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하고 그 돈을 산불 진화에 쓰자는 국민 27만 명의 청원에도 불꽃놀이를 예정대로 진행하였다.

화재 사태가 점점 더 확산하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주 정부가 이달 3일부터 일주일을 이번 산불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하였다. 예비군 3000명을 동원하여 소방 의용군을 도와 화재진압을 돕는 등 뒤늦은 대처를 하고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해 4월 강원도 고성 속초 일대의 대형 산불 시 우리 정부가 신속한 총력 대응을 하여 하루 만에 진화를 한 것과 비교가 된다. 아무리 큰불도 작은 불씨로부터 시작된다. 화재 진화 시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하여 재난에 대한 발 빠른 대처의 중요성을 우리는 뼈에 사무치게 깨달은 결과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자연의 경고가 극에 달했다. 호주의 산불도, 인도네시아의 홍수도, 중국의 원인불명 폐렴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자연환경의 경고이다. 2020년은 자연환경 회복의 원년으로 삼아 뜨거운 지구의 열을 식혀주는 해열제 역할에 우리 모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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