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교감하는 농업으로의 전환
자연과 교감하는 농업으로의 전환
  • 남중관 충북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축산특작팀장
  • 승인 2019.12.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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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중관 충북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축산특작팀장
남중관 충북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축산특작팀장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는 유기적 상호 의존성이 존재한다. 생명체 사이 또는 생명체와 무생명체 사이, 나아가 이들과 환경 사이는 서로 그물과 같이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어떤 연결고리가 위협을 받으면 그 영향이 전체적으로 확산된다.

결국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오랜 기간 상호작용의 결과로 균형과 조화, 경쟁 그리고 자기조절의 산물인 것이다

이 원리를 농업분야에 적용한 것을 `유기체적 교감농업'이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유기체적 교감관계로는 식물과 미생물의 공생(共生)이다. 식물은 미생물에 풍부한 안전 먹거리를 제공하고 미생물은 식물을 보호하기도 한다.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탄소화물, 유기산, 신호전달물질 등을 뿌리를 통해 분비한다. 이 신호를 알아챈 미생물은 먹이를 찾아 뿌리로 몰려들며 식물의 양분 흡수를 돕는다. 또 적의 공격으로부터 식물을 구해내기도 한다. 물론 협공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식물과 미생물간에 러브라인과 시기, 질투, 다툼 등 복잡 미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여기에도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원리가 적용되는 모양이다.

최근 식물 구조신호(SOS)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식물도 사람과 같이 주위 환경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식물을 인위적으로 건조한 환경에 노출시켜 가지를 부러뜨리는 등 물리적인 손상을 입힌 조건에서 식물에서 10cm가량 떨어진 곳에 마이크와 초음파 측정기를 설치한 뒤 변화를 살펴봤다. 관찰 결과 식물들은 20~100kHz(키로헤로츠)의 소리를 낸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인근 3~5m 내에 있는 동물과 곤충도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나방 또한 식물의 잎이나 주변에 알을 낳는 특성이 있는데 특정한 소리를 내는 식물 주변에는 알을 낳지 않거나 타 식물에도 위험성을 알려 자기보호를 취하게 한다고 한다. 이러한 자연 신호전달 체계는 작은 유기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진화하여 균형상태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에 인간의 행위가 유기체적 질서를 깨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문제 되는 과수 화상병, 아프리카돼지열병,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등 이유를 잘 모르는 전염병의 돌발적인 발생은 이러한 식물과 동물의 자기보호 신호를 인간이 적시에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이들이 원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식물과 동물들은 안락하고 쾌적한 보금자리에서 자기매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아름다운 꽃도 피우고 자손도 많이 남기고 싶어 한다. 위협을 느낄수록 더욱더 그렇다. 반면에 인간은 식물을 변형시키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요구에 맞춰 작은 노력으로 많은 양의 생산물을 원한다. 이러한 과정을 인간의 연애스타일에 빗대어 본다면 나쁜 남자형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농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다. 우리가 생태계의 원활한 유기체적 신호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재배·사육양식의 재설정을 통해 사람복지는 물론 동물복지, 식물복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개념 도입이 절실하다. 천년대계 지속가능한 우리 농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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