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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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5.0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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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바쁘기만 하면 뭐하나
완연한 봄이다.

화창한 햇볕 움츠린 가슴을 펴게 하고, 산들거리며 부는 바람은 소생의 기운이 묻어나고 있다. 이런 정황도 막상 자기에게 와닿지 않는다면 시인 묵객들의 한가로운 정취로나 치부되고 만다.

봄이란 사고 파는 물건과 같은 객관적인 대상이 아니기에 그것을 삶 속으로 한껏 들이키고 느낀 바대로 즐길줄 아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각자의 삶이라는 것은 자신이 인정한 만큼 살아간다. 대개의 경우 부정적인 모습으로 전개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남자나 여자로 불리는 순간부터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양보하지 않는다. 신체적인 조건이나 사회적인 역할을 성별에 의하여 한정시켜 구분하는 게 자연스럽다. 누군가 노인이라고 지칭되면 무조건 힘없고 무능한 모습만을 떠 올린다. 그가 쌓아온 경륜에 따른 지혜의 깊이를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아픈 사람을 보면 하나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병자로만 단정한다. 우리는 주관적인 자신의 한정을 양보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위 객관적인 평가라는 것도 남의 다리를 긁어주는 수준에 맴돈다.

이제 우리는 온갖 명목을 앞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 더 이상 못난 짓을 되풀이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인도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한 자락을 꺼내고자 한다.

인도에는 모든 생명을 낳는 어머니와 두 아들이 있었다. 형은 지혜의 신이고, 아우는 전쟁의 신이었다.

어머니는 어느 날 "우주를 빨리 돌아오는 아들에게 내 무릎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말이 떨어지자 지혜의 신인 형은 멀끔히 엄마를 쳐다보았고, 전쟁의 신인 동생은 화살같이 달려 나갔다. 전쟁의 신이 떴으니 온 세상이 시끌벅적해지고, 요즘 세계 정세를 보면 분명 전쟁의 신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강대국들이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정치인들의 궤변이 많아진다. 무기거래와 특정세력이 힘을 얻는 가운데 약소국이 피눈물을 흘리며 생명의 어머니에게 절을 3번 하고 무릎에 앉아버렸다.

결국 우주를 싸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중심을 도는 것이 진리인 셈이다.

돈을 벌겠다고, 정치를 하겠다고, 주가지수를 쳐다보느라고, 두 눈에 불 켜고 컴퓨터와 신문을 들여다본다.

길거리나 전철 등 어디서나 안절부절 못하는 치열한 전투 그 자체다. 인생의 중심이 없기에 허구한 욕망에 짓눌려 산다.

우주의 중심에 서지 않고 돌아다니기만 하면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오는 24일은 불기 2551년 맞는 석가탄신일이다. 바쁘기는 하되 왜 바빠야 하는지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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