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상(斷想)
부동산 단상(斷想)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12.15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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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미분양 물량이 남아돌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부동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파트를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산다면 언제 사야할지 요즘 부동산 시장이 그야말로 `핫'하다.

외지 투기세력 탓이 크다. 1~2년 뒤 되팔면 돈이 되겠다 싶은 큰 손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그야말로 실수요자들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 우리 국민의 부동산 `짝사랑'은 대단하다. 특히 아파트에 대한 애정은 좀체 식을 줄 모른다. 사 두면 자산가치가 오르다 보니 애정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오르는 이유도 다양하다.

학교, 역세권 등 입지 요건에 이어 최근에는 땅의 가치와 물가의 상승을 고려한 적정가격 이야기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수도권 가계의 자산배분에 대한 인식 조사'보고서를 통해 “한국인의 자산 중 비금융자산이 8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쏠림 현상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금융자산 대 비금융자산 비중이 70대30이고 일본은 64대36이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한국은 저금리·저성장 기조 고착화에 더해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가능성, 중국 위기 발생 시 전이 효과, 국내 주력산업의 성장동력 약화 등 잠재적인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최대 관심은 여전히 부동산이다. 실수요자들까지 들썩이며 혼란하다.

서울 집값 탓이 크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재미를 본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효과까지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각종 규제책에도 부동산 위주의 재테크에 대한 변화는 거의 없는 듯하다. 시중의 여유자금이 남아돌면서 지방의 부동산 시장까지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부동산 쏠림 현상은 금융상품에서 재미를 못 본 탓도 있다. 주식투자로 재미를 봤다는 사람을 주변에 거의 찾기 힘들다. 오히려 반 토막이 났느니, 얼마가 날아갔느니 하는 실패담만 난무하다.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는 것은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다. 정보가 부족한 데다, 공매도 등 기관이나 외국투자자와 비교하면 그럴싸한 `칼'이 없다.

투자에 대한 원칙 없이 시중에 흘러다니는 정보만 믿고 투자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사는 종목 대부분 손해를 본다. 팔면 귀신같이 반등한다. 주변에서는 “팔면 팔았다고 이야기 좀 해줘. 그거 사게”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로 본다면 주식보다 부동산이 훨씬 안정적인 게 사실이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그 자리에서 500~1000만원은 쉽게 번다.

관심이 높은 지역은 곧바로 당첨권에 수 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러니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프리미엄이 예상만큼 붙지 않아도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만약 집값이 내려가더라도 소위 눌러 살면 그만이다. 한 곳이 `핫'하면 주변까지 들썩인다. 돈이 될만한 지역에 투기세력이 일시에 몰리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동산 투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것도 해 본 사람이 잘 할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재는 사이 집값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 있어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이 허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이래저래 실수요자들의 연말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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