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야 이리 와라!
실패야 이리 와라!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19.12.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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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학생들과 2박3일 스키캠프를 다녀온 후 감기몸살로 끙끙 앓고 있다. 앓다 보니 보이지 않았던 것, 생각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2019년 나름 성공적으로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마음 이편저편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감기몸살이 아쉬움과 회한을 동반하였다. 뿌듯한 12월을 보내고 싶었는데 자주 그랬듯이 2019년 12월에도 아쉬움과 회한이 밀려옴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작년 이맘때 갈등은 `푸는 것'이 아니라 `품고 가는 것'이라는 글을 쓰면서, 갈등은 때로 풀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바로잡아지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실패와 상처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한편 관계성이 중요시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대인관계가 서툴고 관계성이 좋지 않다고 해서 모두 불행한 삶이 아니라는 것 또한 강조하였다.

한해를 돌아보며 실수와 실패가 많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이 실수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진짜 실패와 또는 진보가 결정될 것이다. 실수는 피할 수 없으며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에서 아무나 배우지는 못한다. 자신에 대해 반성하여 스스로를 발전시키면 실수는 `실력'이 된다고 한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아무런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실수는 결국 `실패'가 되는 것이다.

한편 실패는 후회가 될 수도 있고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실패는 충분히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추억이 된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은 것은 후회만 되지 절대 추억이 될 수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후회는 심지어 원한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니 실수하고 실패했지만 또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도전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는 실수와 실패로 인해 내적 상처를 입는다. 부서지기 쉬운, 상처에 취약한 우리는 상처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철학자 토드 메이(Todd May)는 “상처받음으로 인한 고통에 초연해지지 마라. 그러나 적어도 고통으로 인해 비참해지지는 마라.”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상처에 취약함을 인정하고 한계를 가진 인간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실패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며, 때때로 실패를 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이 획기적인 시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평범한 하루는 추억이 될 수 없으며 가장 실패한 인생은 추억 없는 노년이다.

실패가 거듭되는 공부나 일을 반복적으로 할 때 우리는 기대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그때마다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 일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고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철학자 니체(F. Nietzsche)는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어떠한 상태에서도 견딜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록 비관적인 상황에서 기대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에 있다 할지라도 내가 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확인한다면 견뎌내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힘은 내 안에 있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힘내!”라고 말하지 “내 힘을 가져”라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권투 선수는 시합을 준비할 때 때리는 연습도 하지만 맞는 연습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공격만 배우고 연습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다 정신적으로 한 대만 맞아도 그렇게 휘청거리는지도 모른다. 상처받음을 받아들임으로 인해 우리의 맷집은 조금씩 강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링에 올라 마지막 라운드까지 버텨낼 수 있게 된다.

실수하고 실패가 많았던 2019년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인생의 어려운 시기가 닥쳤을 때 스러지지 않고 겸허히 그것을 통화할 수 있는 맷집도 생겼을 것이다. 2019년 12월, 감기몸살이 나를 조금 더 성장시켜주는 것 같다. 아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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