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출처 필요 없는 `미분양관리지역'
자금출처 필요 없는 `미분양관리지역'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11.2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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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청주 아파트 분양시장 이상 열풍 왜?
(상) 외지 투기자본 몰리는 이유는?
신영지웰시티 1차 올해 최고가 6억7천만원선 거래
테크노폴리스 지웰푸르지오 견본주택 밤샘 줄서기
매입자금 출처 소명 제약 없어 … 외지인 대거 유입
“일시적 현상 가능성 … 새달 동남지구 입주때 판가름”
청주 테크노폴리스 지웰 푸르지오 미계약분 선착순 모집 시작과 함께 견본주택 앞에 대기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청주 테크노폴리스 지웰 푸르지오 미계약분 선착순 모집 시작과 함께 견본주택 앞에 대기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청주 아파트 분양시장에 이상 과열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분양이 안 되던 아파트가 갑자기 수백 가구가 분양되는가 하면 선착순 미계약분을 사기 위해 견본주택 앞에 밤새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렇게 청주의 아파트 시장에 외지 투기세력이 몰려 분양 물량을 쓸어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의 실수요자들은 웃돈을 주고 사거나 계약을 못 하고 발길을 돌리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에 청주의 아파트 분양시장이 이상 과열현상을 빚는 원인과 문제점 및 대책을 2회에 걸쳐 진단한다.

청주는 지난 2016년 10월 이후 3년 넘게 전국 최장기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한 때 3000가구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났다. 이 때문에 충북의 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 계속 하락하면서 6.39%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청주시 흥덕구에서 이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고 있다.

흥덕구 복대동 현대백화점 충청점 인근 `신영지웰시티 1차' 152㎡가 지난 10월 6억7000만원에 거래돼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7월보다 2500만원 올랐다.

흥덕구 가경동의 `가경e편한세상' 159㎡는 지난 9월 4억4500만원에 팔려 작년 말보다 5500만원 올랐다. 최근 2~3년간 미분양 늪에 빠져 있던 청주의 아파트 가격이 특별한 가격 상승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뛰고 있는 것이다.

청주는 올해 하반기 들어 미분양이 소진되는 것은 물론 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70주 이상 가격변동률이 하락세였던 청주 흥덕구는 10월 셋째 주 0.29%를 기록한 뒤 2주째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청주는 그동안 세종시에 가려 개발에서 소외되고 수요가 빠져나간 대표적인 지역이다.

최근 3년간 청주시에는 2만1728가구가 입주했지만 수요 부족으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고 가격이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청주시는 8.69%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세종시는 5.75% 상승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흥덕구의 아파트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해 지난 27일 청주 테크노폴리스 지웰푸르지오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는 밤샘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시행사가 미계약분을 선착순으로 모집하자 전국에서 매수자가 몰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선착순에 대리 줄 서기까지 성행하면서 1번 번호표를 받은 사람이 번호표를 1800만원에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는 글이 청주지역 부동산 카페에 올라오기도 했다.

신연숙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북지부 부지부장은 “지웰푸르지오는 중도금이 없고 분양가의 10%만 내면 1년 뒤 전매가 가능한 좋은 조건이다”며 “현재 3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고 1년 뒤 팔 때는 5000만원까지는 더 받고 팔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 대전의 투자자들이 줄을 서가면서까지 몰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지 투기자본이 청주로 몰리는 이유는 아파트 매입자금 출처를 소명해야 하는 서울과 달리 미분양관리지역인 청주는 이런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아파트 분양 현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4월 미분양이 속출했던 청주 모충동 LH트릴로채 아파트 단지도 미계약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매월 30~40가구 분양되던 것이 이달 들어서만 500여 세대 넘게 계약됐다.

LH 관계자는 “8월부터 분양이 늘어나기 시작해 11월에는 대폭으로 늘었다”며 대부분 외지의 투자자들이 계약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단지 계약자들의 60%는 서울과 대전 등 외지인으로 파악됐다.

조만간 분양에 들어갈 흥덕구 가경홍골지구 청주 가경 아이파크 4단지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기존 분양한 단지들이 최대 30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어서다.

흥덕구의 한 공인중계사 대표는 “가경 아이파크 1, 2, 3단지는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이 아주 높았다”며 “4단지 도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청주는 그동안 집값이 많이 저렴해졌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자본력을 갖춘 서울, 경기, 대전 등의 투자자들이 대거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일부 지역이지만 청주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분양률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투기세력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정익 한국감정원 충북지사 부장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유동자금이 가격이 저렴한 청주의 아파트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본격적인 가격 상승 여부는 동남지구 입주가 시작되는 12월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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