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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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11.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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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 2018년 4월 3일 사전 구속 영장 발부 및 수감, 사흘 후 구속적부심 석방. 기소 후 지방선거 재선 성공. 1, 2심 유죄 판결 후 지난 14일 대법원 상고심 기각 및 시장직 상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던 구본영 전 천안시장의 재판이 지난 14일 끝났다. 2018년 5월 기소 후 장장 18개월간의 공방이었다.

구 전 시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돈이었다. 받아서는 안 될 뇌물성 불법 정치자금이 결국 그의 정치 시계를 멈춰 서게 했다.

법원이 인정한 그의 범죄 혐의는 정치자금법 제45조 1항의 위반이다. 정치자금법 부정 수수죄의 처벌 범위를 정한 이 조항은 `누구든지 이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 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 전 시장은 2014년 5월 정치후원금의 기부 한도액을 초과한 2000만원을 적법한 후원회 회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받았다. 법정에서 돈의 반환 여부는 그의 시장직 상실을 확정 짓는 유죄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법원은 그의 범죄에 대해 판결문에서 이렇게 꾸짖었다.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피고의 행위는 정치 활동에 대한 공정성, 청렴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키는 것으로 그 죄책이 무겁다. 또 그 기부자를 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선임한 행위는 매관매직이나 다를 바 없다. 돈 관계에서 불투명하고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스스럼없이 2000만원을 받은 피고인은 그에 따른 형사처벌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취임한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더라도 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 충청타임즈는 2017년 4월부터 2개월간 구 전 시장의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취재를 했다. 내부 고발자 등 취재원은 “구 전 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 때 천안시장에 출마하면서 불법 정치자금을 준 인물의 채용을 지시해 그를 합격시켰다”고 증언했다.

선관위를 통해 증언은 사실로 확인됐다.

2010년 5월 24일 천안시체육회 직원 A씨의 배우자와 천안에서 60㎞ 떨어진 충남 ○○군에 거주하는 그의 아버지가 구 전 시장의 후원회에 각각 최대 기부 한도액인 500만원씩 모두 1000만원을 기부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각이다. 이 사실은 충청타임즈의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A씨가 부인과 부친의 명의를 통해 1000만원을 기부한 것은 전형적인 `불법 쪼개기 후원금'이다. 공소시효(7년)가 지나 처벌 대상은 아니었지만 이 돈은 결국 구 전 시장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돈을 준 A씨가 내부 인사에 불만을 품고 “구 시장에게 현금 돈다발을 포함해 수천만원을 줬는데 나를 홀대한다”고 토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청타임즈의 취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후 구 시장은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돼 끝내 채용 비리 사실이 폭로되면서 한동안 영어의 몸이 됐다.

구 전 시장의 선거캠프는 2014년 지방선거 때도 또 한 번 불법 쪼개기 후원금을 받았다가 회계 책임자 등 보좌관 2명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구 시장 후보 캠프는 천안의 한 업체로부터 직원 4명 명의로 각각 500만원씩 2000만원을 기부받았다.

이처럼 지금까지 드러난 구 전 시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은 수수액만 5000만원이 넘는다. 재판부가 `돈 관계가 불투명하고 처음 보는 이에게 스스럼없이 돈을 받았다'고 꾸짖을 만하다. 멈추지 못한 탐욕. 돈이 결국 그의 정치 인생을 망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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