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개와 그 이웃들
수양개와 그 이웃들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9.11.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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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영국의 여성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1831~1904)은 63세 되던 1894년 4월 서울 마포에서 나룻배를 타고 단양에 도착하였다. 6일 동안 단양에 머물며 지리, 풍물, 풍광, 민속, 민생과 도담삼봉, 석문, 동굴, 온달산성 등 단양팔경 일부와 문화재를 두루 답사하였다. 영국인 노 지리학자는 단양 부근의 남한강에 매료되었던 듯 `이 구간이 남한강에서 가장 아름답다'라고 표현하였다. 비숍이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쓴 11권의 책 중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67세에 펴낸 8번째 책인 “조선과 그 이웃들(Korea and Her Neighbors, 1897년)에서 단양을 소개하고 있다. 비숍은 이 책의 서문에 한국을 정확하게 연구하고 전달하는 것이 애초의 목적이었다고 밝히고 있어, 단순한 여행이라기보다는 19세기 한국의 역사·문화·사회상을 이해하고 이웃나라들에 널리 알리려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수양개와 그 이웃들(Suyanggae and Her Neighbors)은 비숍이 쓴 이 책 제목에서 따온 국제학술회의 명칭이다. 수양개는 단양의 남한강 가에 자리한 고유지명이며 충주댐 건설이 계기가 되어 시행된 고고학적 발굴조사 결과 우리나라 최대의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이 확인되어 지명과 유적성격을 묶어 수양개 구석기시대 유적이라 이름하였다. 수양개 유적은 1983년부터 2015년까지 13차례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루어졌으며 7만여 점의 구석기유물이 출토되었다. 이 방대한 유물은 후기 구석기시대 이른시기(약 4만2천년 전)부터 늦은시기(약 2만년 전)까지 약 2만여년 동안 시간차를 두고 옛사람들이 단양 수양개의 양지바른 언덕에서 삶을 꾸려왔음을 증명하는 고고학 자료들이다.

수양개 유적은 고운 암질을 선택하여 석기를 제작한 지혜로움, 정형화된 도구제작, 먹거리 획득을 위한 사냥도구, 오랜 기간 생활을 위한 가죽손질 도구, 발달된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석기제작, 정신세계를 반영한 예술품 등 다양한 유물과 유적형성환경을 알 수 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석기문화의 교과서와 같은 유적으로 평가되며 구석기문화가 꽃을 피운 시기에 형성되었다. 이러한 수양개 구석기문화는 이웃나라들과의 비교연구를 통하여 그 학술적 가치가 더욱 드러날 것이며 현생 인류의 이동과 확산과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 국제학술회의는 1996년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인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이 참여하여 처음 개최하였으며 이후 같은 명칭을 사용하여 구석기문화를 주제로 2018년까지 매년 개최하였다. 누적 참가국가 172개국, 논문 467편이 발표되었다. 아울러 개최 장소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말레이시아, 이스라엘, 폴란드, 미국 등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최하여 수양개 구석기문화의 학문적 위상을 크게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우리와 이웃한 나라들에서 `수양개와 그 이웃들' 국제학술회의 개최를 적극 유치하고 있음은 현생 인류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수양개 구석기문화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에는 아시아에서 구석기문화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중국 북경인 발굴 90주년 기념으로 중국 북경에서 제24회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이처럼 매년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여 개최하는 국제학술회의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예가 될 것이다.

`수양개와 그 이웃들' 국제학술회의는 구석기 전공자인 이융조 교수가 제안하고 주관하여 매년 개최하여 오고 있다. 구석기문화라는 거대한 학문영역이 주변의 무관심 속에 한 개인이 주관하여 계속 추진하기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인류역사의 출발점인 구석기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립해가는 국제학술회의에 주변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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