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시민 대표 맞나
청주시의회, 시민 대표 맞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10.28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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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시의회가 두꺼비·맹꽁이생태공원에 대한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시민단체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3일 농업정책위원회는 청주시가 제출한 양서류생태공원 관리·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한 것이 발단이 됐다. 부결 이유를 보면 민간위탁으로 인한 관리 부실과 보조금 관리 소홀, 양서류 개체 감소 등을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생태공원 현장만 가봐도 사람의 발길이 이어져 활기차다. 많은 일이 주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점으로 볼 때 시의회의 부결 이유에 수긍하기 어렵다. 관리부실이란 지적이 모호하고, 자원봉사자와 시니어 어르신들 100여명에게 1년에 두 차례 식사를 제공한 300만 원이 보조금 관리소홀이라면 민간위탁이 얼마나 잘 되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양서류 개체 감소가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앞으로 생태공원을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불 보듯 뻔하다. 운동기구와 의자 몇 개 설치해두고 이름만 남은 채 인적 드문 도심공원이 될 게 자명하다.
이는 다변화 되고 있는 공원의 기능과 역할이란 시대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기존의 공원이 녹지공간으로만 활용되었다면 이제 공원은 주민 마을공동체의 거점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원이란 장소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이웃과 만나고 배우고 즐기며 축제도 여는 복합적인 기능을 요구하는 시대다. 공공조직이 할 수 없는 일을 민간위탁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만들어 가고 있는 현장이 산남동이다.
실제 청주 산남동 주민공동체를 유기적으로 조성해온 핵심은 두꺼비생태공원이다. 두꺼비생태공원을 관리운영하며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협의회, 두꺼비마을신문, 두꺼비협동조합, 두꺼비살림 로컬푸드 직매장, 산남동작은도서관협의회, 산남오너즈, 산남행복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두꺼비마을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전국의 환경전문가나 공동체 복원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이례적으로 청주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수사례지에 대한 전국적 관심과는 달리 청주시의회는 민간위탁 동의안 부결이란 불명예만 안겨주었다. 시민의 요구와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시의회가 직영전환에 힘을 실어주면서 민관거버넌스에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이유다. 
생태공원을 직영으로 하느냐 민간위탁으로 하느냐의 논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 환경운동의 새로운 이정표를 쓴 역사성이 무시되었다는 점이다. 2003년 산남동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원흥이방죽에서 발견된 수천 마리 두꺼비를 살리고자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손을 잡고 지켜낸 환경운동의 역사가 바로 이곳이다.
2년이란 긴 시간을 싸움과 논의로 보낸 후 한국토지공사와 원흥이생명평화회의가 상생의 협약을 체결하며 어렵게 생태공원이 만들어졌다. 그만큼 두꺼비생태공원의 이름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이후 (사)두꺼비친구들이 10년간 위탁 운영을 맡아 지금까지 현장에서 생명운동을 실천하며 지속적인 공동체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럼에도, 시의회는 단 한 차례 공론화 과정도 없이, 수탁기관이나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없이 민간위탁을 부결한 것은 재고의 소지가 있다.
두꺼비가 감소하거나, 없다고 해서 두꺼비생태공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기록이고,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시민들을 기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두꺼비가 감소한다는 일차적인 이유로 지역의 생명운동과 공동체 운동의 발목을 잡는 부끄러운 일만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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