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세' 제천·단양 주민들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시멘트세' 제천·단양 주민들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10.23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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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제천과 단양을 떠나 타지에 정착한 이들이 생각하는 고향을 상징하는 색깔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회색이라는 답변이 많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석회석 분진이 마을까지 날아와 뿌옇게 내려앉은 장독대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도내 낙후지역의 대명사로 최근 인구 3만명선마저 무너진 단양을 고향으로 하는 출향민들의 기억 속 고향의 색깔은 유독 회색이 많다.

그만큼 제천·단양 주민과 출향민들의 유년시절 기억은 고향의 대표산업 시멘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랬던 제천·단양 주민들이 요즘 부쩍 관심을 쏟고 있는 사안이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4년째 표류 중인 지방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개정안에는 시멘트 1톤을 생산할때마다 1000원의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이하 시멘트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충북도와 두 시·군은 시멘트세가 신설되면 이를 재원으로 지난 70년간 시멘트 생산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건강권 보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천·단양 주민들은 시멘트세를 지난 70년간 뿌연가루를 마시며 살아온 고통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부존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신생 대한민국이 산업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수많은 자원 중 거의 유일하게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시멘트가 뭍혀 있던 지역에서 태어나 사는 희생의 대가라는 인식도 강하다. 이곳에서 나고 자랄 미래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유산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다. 시멘트세가 도입되면 2018년 기준 충북도 70억원, 제천시 25억원, 단양군 105억원씩 배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만큼의 건강권 보호행정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멘트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시멘트세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

먼저 이미 석회석 채광시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시멘트세를 또 다시 부과하는 것은 중복과세라는 주장이다. 1톤당 1000원이라는 세액의 적정성과 철강·석유화학 등 타 제조업으로 과세가 파급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모든 주장에는 허점과 과장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중복과제 쟁점은 부과단계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면 쉽게 해소된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의 부존자원 개발이용에 따른 보존 행위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부과된다. 석회석 생산시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는 채광에 따른 보존분이다. 시멘트는 석회석을 활용한 2차적 제조행위이기 때문에 동일시 해서는 안 된다.

세액 적정성과 타 제조업으로의 파급효과는 1000원 건축비용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용은 산출해 보면 얼마나 적은 과세인지를 알 수 있다. 약 100㎡(30평형대) 아파트 신축비용 중 시멘트가 차지하는 금액은 225만원 규모이다. 즉 톤당 1000원 과세시 시멘트가격 0.8% 상승, 주택 건축비 0.02%로 미미한 연계파급효과만 있을 뿐이다.

국회는 이번 주중으로 국정감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입법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시멘트 생산량의 93%를 담당하고 있는 충북과 강원은 이번 국회에서 지방세법 개정안이 반드시 처리되길 기대하고 있다.

시멘트세 신설의 당위성은 이미 차고 넘친다. 시멘트세는 환경이 왜 중요하고, 건강권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고 살 겨를 없이 앞만보고 지나온 대한민국의 지난 70년 성장을 뒷받침한 제천·단양 주민들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제 국회가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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