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과 아카이브
문화유산과 아카이브
  •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19.10.16 20:2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미니홈피, 1촌, 파도타기, `프리스타일의 Y'로 대표되는 미니홈피BGM 등은 2000년대 국민 SNS였던 `싸이월드'가 남긴 추억의 단어들이다. 싸이월드는 한때 회원 수가 3200만명에 달했고 직원 수가 1400명이 넘는 거대한 기업이었다. 그런 싸이월드가 폐쇄된다고 한다. 단순히 하나의 사이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추억이 사라지고 있다.

집안 장롱이나 책장 한 켠에 놓여 있는 졸업앨범이나 수많은 편지처럼 아날로그 자료는 이사를 하거나 공간의 변화가 생겼을 때마다 먼저 챙기는 추억의 산물들이다. 그 시절 편지 대신 미니홈피 방명록에서 주고받았던 따뜻한 대화나 사진을 현상해서 앨범에 끼워 놓는 대신 사진첩에 올려놓았던 추억들이 소실되고 있다.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고 이러한 아날로그 추억들이 디지털로 변환되었을 때 일반인들은 이것들이 사라지거나 옮겨가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디지털은 영구 보존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생산하고 저장하기는 쉽지만 오히려 쉽게 소실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디지털수몰민'이란 단어가 새삼 떠오르고 있다. 싸이월드처럼 사이트의 폐쇄로 개인 자료를 잃는 이용자를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SNS 등 개인의 기록이 담긴 공간은 대부분 기업이 운영하고 있어 기업의 부침에 따른 자료 손실의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다. 디지털수몰민은 당면한 문제이고 앞으로 수많은 디지털 기록물에 대한 법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유산에서도 디지털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유산의 속성상 처음 만들어질 당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들을 기록해 놓는 것이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의 기초가 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문화유산에서 파생되는 정보가 대부분 아날로그였다면 현재는 모든 정보가 디지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문화유산은 디지털로 창조된 모든 정보를 지칭한다. 오래전 아날로그 상태의 문화유산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한 경우도 디지털 문화유산에 속하지만 애초부터 디지털 형태가 아니고서는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그 자체(born digital)'형태의 문화유산도 포함되며 점차 그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화유산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생성되는 모든 디지털 기록 역시 대부분 공적인 영역에서 생성되며 공공재처럼 취급받고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 문화유산이라고 앞선 싸이월드처럼 자료의 손실이나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접근가능성'의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유산 하나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보고서, 행정자료, 사진, 동영상, 3D스캔 자료 등 디지털 자료들은 관리주체나 생산자들에 따라 양식이 제각각이고 한곳에 모여 관리되고 있지 않다. 수없이 생성되는 디지털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고 관리하기엔 인력도 시스템도 부족한 현실이다. 하지만 싸이월드처럼 폐쇄되고 사라진다고 내버려 둘 순 없다. 이제는 문화유산의 모든 정보를 통합하고 저장해 놓아야 할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청북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과 함께 충북 문화유산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충북 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은 1차적으로 시스템 개발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소장 중인 문화유산 자료의 DB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로는 서버구축 및 고도화를 위한 작업을 연차별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완성된 충북 문화유산 아카이브는 우리 지역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문화유산의 모든 추억들을 저장하는 문화유산 싸이월드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제이김 2019-10-16 22:37:41
계속 좋은 기사 써주셔서 잘 보고 있어요!!!
(무플방지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