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회복 시급하다
정치회복 시급하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10.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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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대한민국이 둘로 쪼개진 듯하다. 태극기와 촛불을 든 국민들이 광장과 거리를 가득 메웠다.

지난 200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당시엔 박근헤 정권의 국정농단과 무능에 대한 국민의 외침이었다면 작금엔 분열과 갈등이 첨예화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 3일 광화문 광장은 3년 전의 촛불이 태극기로 대체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의 목소리가 문재인 정권의 각성으로 바뀌었다.

집회의 명칭도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경복궁 앞에서부터 시청광장에 이르기까지 세종대로에 시민들이 가득 모였다.

5일 저녁엔 서초동에서 두 번째로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서초역을 중심으로 반포대로 8개 차선, 서초대로 10개 차선을 가득 메웠다. 이 자리에서는 `조국 파면'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3일과 5일 집회 모두 주최 측은 몇백만 인파가 모였다고 주장한다.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지만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만은 분명하다.

대의정치의 실종이다. 광장에 시민들이 몰려나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강력한 민심의 발로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야가 정치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치권은 더 이상 조국 블랙홀에 빠져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물론 집회 참석자들의 주장은 엇갈린다. 하지만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정치권이나 검찰이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정치권은 듣고 싶은 말만 들었고 하고 싶은 말로 민심을 움직이려 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다. 검찰 역시 국민들이 왜 개혁을 요구하는지 그 이유를 되돌아 봐야 한다. 과거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 없이는 미래가 없다.

정치 부재다. 연이은 대규모 시위를 보는 국민들은 정치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민주주의 핵심이 대의제인데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국민이 직접 광장으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의민주주의 포기다. 정치 실종 사태를 초래해 국회 스스로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가 제 기능을 해서 국민 목소리가 잘 수렴된다면 생업에 바쁜 시민들이 광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집회 참여 규모를 두고 정치권이 진영 간 경쟁을 부추기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나와 내편은 옳고 너와 반대편은 잘못됐고,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주의로 국민을 내모는 듯한 자세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엄중하다. 경제가 어렵고 국제관계도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더 이상 광장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작금의 거리 집회는 사회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내지 못한 정치권의 무능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여야는 하루빨리 정국을 정상화해 민생을 챙기는 것이 민심을 얻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 역시 조국 장관과 관련된 수사를 신속히 처리해 결과를 내놓고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개혁방안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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