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의 힘' 완전범죄는 없다
`과학수사의 힘' 완전범죄는 없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09.19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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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청주 처제 성폭행 살해사건
형부 이씨 범행 일체 부인
“물소리 났다” 주민 제보
과학수사팀 감식작업 돌입
욕실서 피해자 혈흔 검출
DNA 혐의입증 결정적 역할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널리 알려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종결'을 눈앞에 뒀다. 사건 일부 현장 증거물에서 나온 용의자 유전자 정보(DNA)가 전말을 밝힐 스모킹 건으로 떠올랐다.

DNA는 1994년 `청주 처제 성폭행 살해 사건' 범인과 일치했다. 이 사건 해결에도 DNA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터라 당시 수사 과정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 흘러서일까. 25년 전, 그때 이야기를 뚜렷하게 전해 줄 경찰관은 남아 있지 않다.

그나마 올해 6월을 끝으로 경찰 조직을 떠난 이모 경위(62)가 유일하다. 그는 당시 사건 현장에서 감식을 담당한 과학수사요원이다.

2017년 10월 제72주년 경찰의 날, 충청타임즈와 만난 이 경위는 청주 처제 성폭행 살해 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꼽은 바 있다. 자칫 난항에 빠질 수 있었던 사건을 과학수사로 해결해서다.

1994년 1월 청주 복대동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이모씨(1963년생·당시 31세)가 붙잡혔다.

처제를 무참히 살해한 비정한 형부 이씨는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지만 돌발변수가 생겼다.

검거 초기와 달리 이씨가 범행 일체를 부인하기 시작했다. 검찰 공소 유지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이다.

이 경위가 소속된 과학수사팀이 빛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이들은 범행을 입증할 단서를 찾기 위해 한 달 가까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작은 실마리조차 나오지 않던 때. 주민으로부터 `범행 당일 새벽 이씨 집에서 물소리가 났다'는 제보를 받았다.

과학수사팀은 곧바로 이씨 집 욕실에서 감식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욕실 한편에 놓인 세탁기 받침대에서 피해자 혈흔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희미한 혈흔 속 DNA는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국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던 이씨는 다음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정황대로라면 이씨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범인일 가능성이 큰 상황. 결과론적이지만 청주 처제 살인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살인의 추억'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남았을 공산이 컸다.



이 경위는 “과학수사는 보이지 않는 진실을 비추는 현미경이자 사건 현장에 감춰진 단서를 찾는 도구”라고 말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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