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 꿈과 현실 사이
일상생활 - 꿈과 현실 사이
  •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 승인 2019.09.17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주알 고주알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안승현 청주문화재단 문화산업팀장

 

이른 아침 동이 트는 시간에 늘 그러듯 커튼을 밀어 빛을 들인다. 시야는 넓고도 높이 트여 멀리까지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충만의 시간이다. 나무가 즐비하고도 빼곡히 조림되어 숲 속의 작은 길처럼 느껴지는 도심의 대로, 줄지어 달리는 자동차가 한가롭게 보인다. 온종일 걸어도 경적소리 한 번 들을 수 없고 먼 길 이동하는 동안 담배꽁초 하나 볼 수 없는 도시다.

먼발치에 사람이 보인다 싶으면 어김없이 차는 멈추어 선다. 느린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 어떤 행동이나 조급함이 없이 지나갈 때까지의 더딘 시간에 운전자는 선 자리를 지킨다. 내 시선 또한 정지된 시간이다.

늦더위에 한참을 기다려 버스가 도착했다. 지친 몸을 서둘러 버스에 실었다. 시원하게 냉각되어진 버스를 기대했건만 버스 안은 열을 받아 답답한 공기 덩어리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짜증이 가슴과 머리를 채웠다. 그러나 이내 차를 이동시킬 때만 에어컨을 가동한다는 사실을 안 다음에는 답답한 공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10시 개관에 6시부터 사람들이 모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줄은 길어졌고, 길어지다 못해 옆줄이 한 줄씩 추가되었다. 어림잡아 10만 명은 될 듯한데 한 치의 미동이나 새치기가 없다. 그저 더운 날씨에 조금의 그늘과 바람을 만드는 부채질이 전부다.

10시가 되어서는 물밀듯 관람객이 전시장으로 들어가고 비운 자리에는 휴지하나 그 흔한 페트병 하나 보이질 않는다. 기초질서에 철저히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로봇을 본 듯하다.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 꿈을 꾼 것이다.

며칠 후 난 꿈에서 깨어 현실인 내가 사는 동네로 돌아왔다. 아침이면 돌담화단 옆에 택시, 트럭, 자동차 할 것 없이 한 결같이 시동을 미리 걸고 도로 옆으로 주차된 자리에서 한참을 떠나지 않는다. 한겨울도 아닌데 시동을 켜놓고 연소가 채 되지 않은 가스를 배출시킨다.

본인이야 차 안에 있으니 상관없겠지만, 아침마다 뜰에 물을 주는 나에게는 엄청난 곤혹이다. 거기에 다른 운전자는 차 밖으로 나와 담배를 입에 문다. 담배가 다 탈 때까지 집 뜰 안으로는 담배연기며 차 매연냄새가 치자향이며 인동초 향을 짓누른다. 참기 어려운 역한 냄새다. 이보다 더한 오염이 있을까? 몇 번을 이야기해도 늘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행동에 차라리 그 자리를 피해 차가 떠난 다음 다시 뜰로 향한다.

아침마다 비를 들고 집 앞길을 청소한다. 길가의 담배꽁초며 페트병 등을 줍고 쓸며 이동하다 보면 엄청난 악취를 품어내는 작은 더미에 이른다. 분명 음식물 썩은 냄새인데 보이는 건 온통 가연성봉투다. 분리가 안 된 것은 기본, 이것저것 다양하게 버려진 어수선한 쓰레기 더미다. 그것도 초등학교 바로 옆, 도대체 이러한 행동습관이 어떻게 교육이 되어 불변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운 교육의 효과이다. 더욱 공사 후 정리되지 않은 산업폐기물까지 더해져 있다. 최소한의 행동규범, 기초질서를 배우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학습 된 결과이다.

시대적 사회현상은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교육되어진 건 아닐 테고, 어떤 사회조직, 기관에서 학습 된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꿈과 현실의 차이는, 분명 같은 사람이 사는 공간인데 말이다. 분명 꿈도 현실도 지금 같은 지구 상 같은 시간인데 말이다.

오늘 아침, 여전히 난 돌담 틈에 끼인 담배꽁초를 집어내고, 화단에 무의식적으로 투척된 플라스틱 용기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끄집어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