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연가 2
탁구 연가 2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8.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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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초보라고/ 못 친다고/ 무시하지 마라/ 챔피언도/ 처음에는/ 다 그렇게 시작했다/ 지금/ 남보다 잘 친다고/ 으스대지 마라/ 세상은 넓고/ 강호에 고수는/ 별처럼 많다/ 나보다 못하다고/ 얕잡아 보다가/ 하수에게/ 어느 날/ 덜미를 잡히는 게/ 바로 인생이다'



`탁구를 치며 3'입니다.

어떤 분야든 처음부터 고수였던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엉금엉금 기던 아이가 넘어지고 비틀거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어느 날 걸음마를 시작하듯이 탁구도 그런 힘든 초보과정을 거치기 마련입니다.

즐탁인은 물론이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조차도 처음에는 공 줍기 바쁜 초보시절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과 운동신경과 체형이 좋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기량향상과 성장속도가 빠르긴 합니다만 열정과 노력 여하에 따라 실력의 고저가 결정됩니다.

아무튼 탁구는 상대가 있는 운동이어서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운동이고, 그런 조력자의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라고 무시하고, 대기석에 앉아 쉴지언정 초보하고는 치지 않으려고 하는 자들을 왕왕 봅니다.

한마디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꼴불견들이죠.

물론 초보하고 치면 공 줍기 바쁘고 재미도 없지요.

하지만 자신들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내공을 쌓았으니 잠시라도 상대해줌이 탁구인의 도리이자 보은하는 일입니다.

사회에서 성공한 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겸손한 이가, 하수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이가 진정한 고수이고 달인입니다.

강호에는 고수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고 얕보던 하수에게 덜미 잡히기도 하니 시건방 떨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둘이서/ 마주보는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등 돌리면 안 돼/ 맞수가 있다는 건/ 행운이자 축복이지/ 인생이란/ 주고받는 시소게임/ 몰입하고 집중해야/ 오르가슴에 닿듯/ 팽팽할수록 깊어지는/ 사랑의 미학'



`탁구를 치며 4'입니다.

이렇듯 탁구는 상대와 마주서서 마치 사랑을 주고받듯 하나의 탁구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운동입니다.

아무리 좋은 탁구장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좋은 탁구용품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같이 칠 상대가 없거나 있어도 외면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죠.

하여 함께 할 상대가 있고 맞수가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자 축복입니다.

아무튼 탁구는 상대가 보낸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상대 테이블로 되돌려 보내야 하는 운동입니다.

그러므로 상대가 친 공의 구질과 방향과 속도를 잘 캐치해 어르고 달래며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되받아쳐야 합니다.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운동이거니와 아무리 힘들어도 등 돌리면 안 되는 운동이 바로 탁구입니다.

함께 할 상대가 있을 때, 그것도 팽팽한 맞수이거나 잘하면 한 두 게임 정도는 이길 수 있거나 져도 근소한 차이로 질 수 있는 고수와 상대하면 금상첨화죠.

한쪽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우면 시소 타는 재미가 없듯이 탁구도 기량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재미가 없거든요.

인생 뭐 별거 있나요.

그렇게 맺은 인연들과 탁구공 주고받듯 사는 거죠.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시소처럼 그렇게 `이겼다 졌다'를 주고받으며 한세상 재미나게 살다 가는 거죠.

탁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의 미학처럼 몰입하고 집중하면 할수록 깊어지는 오르가슴, 그게 바로 탁구의 매력이자 탁구 치는 맛이고 멋입니다.

남은 생 탁구 치듯 서로 사랑하고, 서로 사랑하듯 탁구 치며 삽시다. 우리.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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