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생태적 감수성 체험기 5 - 자연과 함께한 커피 한잔, 그리고 저녁식사
핀란드 생태적 감수성 체험기 5 - 자연과 함께한 커피 한잔, 그리고 저녁식사
  •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 승인 2019.08.22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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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어느덧 숲에 들어온 지 세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다니 신기했다. 오랜 시간 숲길을 걸었음을 깨닫자 피곤이 몰려왔다. 그때 인솔하시던 선생님께서 공터처럼 보이는 작은 공간으로 우리를 이끌고 갔다. 그러더니 시커멓게 그을린 주전자에 물을 붓고 즉석에서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저 주전자는 왜 저렇게 새까맣게 그을었을까? 아마도 이곳을 다녀갔던 사람들이 우리처럼 커피를 끓여 마셨나 보다.

우리는 모두 새까만 주전자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며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인솔 선생님이 들고 다니던 바구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그리고 손으로 접혀있는 것을 펴자 즉석에서 컵이 되었다. 무겁지도 않고 부피감도 없는 저런 기가 막힌 방법이 있다니! 우리는 모두 둘러앉아 커피를 `후후' 불어 가며 마셨다.

오늘 나는 자연이 들려주는 숲의 전설을 들었다. 숲의 일부가 되어, 숲과 함께 어울려 놀았다. 숲 속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숲이 들어오는 체험을 했다. 여기서 경험한 이 풍성한 숲의 전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이 숲 한가운데서 마시는 커피는 `인간과 환경이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만을 생각했던 내게 그 둘이 원래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저녁이 되자 우리는 숲을 벗어나지 않고 숲 속에 마련된 저녁식사 장소로 갔다. 숲 속에 마련된 작은 캐빈이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촛불이 주는 무드까지 생기고 행복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모두 피곤하긴 했지만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소시지와 옥수수를 굽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행복한 숲 속 캠핑이었다. 게다가 멜리사가 즉석에서 아까 땄던 버섯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행복한 밤이 있을까? 욕심쟁이인 나는 촛불이 주는 아늑함과 신선한 버섯요리, 따뜻한 소시지와 동료들의 수다를 욕심껏 들이켰다.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그리고 되돌아보았다. 우리나라를, 우리의 아이들을, 내가 학생일 때 받았던 교육을…. 한 번에 설명할 수 없는 우울함이 잠시 동안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렇지만 곧 털고 일어나 앉았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여기까지 왔던 우리 삶을 기억해내고 우리가 가진 것들을 생각했다. 이제 돌아가면,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 손과 말과 행동을 통해서 전해지는 교육적 열망과 열의는 조금 달라져 있으리라 확신했다. 여기 이 자리에서 느낀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리라. 그리고 같이 노력하겠지.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창의적인 융합교육을, 다가올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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