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긍정적인 밥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8.21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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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함 민 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 한 권이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시인의 작업처럼 돈으로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공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돈으로 환산되는 현실은 좌절만 안겨줍니다. 그럼에도 하는 까닭은 내 안의 내가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그것이 어찌 문학인만의 일이겠습니까. 누구의 삶이 가볍기만 하겠습니까.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가 그려낸 삶의 무늬를 두고 가치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일 겁니다. 누군가의 땀과 노력과 열정이 만들어내는 긍정의 밥을 곱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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