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의 존재감
나뭇잎의 존재감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9.07.21 20: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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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연녹색 야들하던 잎이 햇볕에 타서 진녹색이 되었다. 한여름 선탠을 하고 나서 구릿빛으로 적당히 그을린 젊은이의 몸처럼 진녹색의 잎에서도 건강한 냄새가 품어져 나온다. 연녹색이 진녹색으로 되는 과정 속에는 숱한 사연들이 숨어 있으리라. 그리고 나무는 저 잎으로 햇볕을 받아들이고 그 그늘에 품어 열매를 익혔으리라. 사람들은 열매에만 관심을 보였겠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뭇잎은 그저 그렇게 묵묵히 일선에 서서 햇볕과 당당히 마주 서서 뜨거움을 참아냈을 것이다. 그저 묵묵히.

세상에는 그저 묵묵히 자기 일에 소신 있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다. 드러나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 주인공이 되거나 목소리를 크게 내야만 주목받는 세상에서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을 보면 존경심이 저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학교는 교육청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서 업무를 하였다. 그래서 교육의 중심을 학교 현장에 두고 교육청이 학교 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하였으나 일선 학교에서는 그 효과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시와 교직원의 요구에 따라 지원만 해 주던 사람들이 모여 모처럼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교육지원청의 학교지원팀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내용을 알리고, 학교 현장에서 지원을 바라거나 개선을 해주었으면 하는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는 소통하는 장이었다.

학교는 한 지붕 세 가족처럼 교원, 교육행정직 공무원, 교육공무직원 등으로 구성되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돕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는 교원이 63명, 행정직은 3명, 교육공무직 및 기타직은 33명으로 약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행정실은 학교 살림살이를 맡아 하는 곳이다. 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고, 시설을 관리하고, 문서를 관리하는 등 교육 행위의 모든 것과 연계가 되어 있다. 교육에 필요한 모든 교재교구 구매는 물론이고, 교육 환경적인 면의 교실 밝기나 안전성, 쾌적성 등을 고려한 시설관리 또한 행정실의 손을 거쳐야 한다. 소수 행정직원이 다수의 교원 및 공무직과 함께 교육 관련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그 어느 업무능력보다 관계성이 중요하다.

현재 충북 대부분 교실 환경은 에어컨 시설은 물론이고 LED 등에 공기청정기도 설치되어 있다. 50인치 이상의 TV와 5년 이내에 산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매체가 설치돼 있고 초고속 인터넷망이 설치돼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앞서가는 교육환경이다. 대한민국의 앞서가는 교육 환경의 변화 속에는 그 누구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교육행정직의 숨은 노고가 있었음을 그 누가 알까?

학교의 주체는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였지 교직원의 존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교사의 가르침만이 중시되었지만, 교육의 초점이 학생에게 맞춰지는 전인교육의 입장에서 교육은 교사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교직원 모두가 교육을 위한 각 부품처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하는 동안 행정직은 학생 교육을 위하여 학교를 지키고, 다음 학기 배움터를 잘 만들어 놓기 위한 여러 공사와 교실 수선을 하고, 예산을 손봐야 한다. 모처럼의 시원한 빗줄기에 나뭇잎이 살랑살랑 춤을 춘다. 무더운 한여름에 꿀 같은 단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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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ㅁㄴㅁ 2019-07-22 20:59:29
글 잘 읽었습니다. 학교 구성원중 극소수인 교행으로 근무하면서 서러울때가 정말 많아요... 묵묵히 일하다가도 종종 회의감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