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단 무의식
일본의 집단 무의식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19.07.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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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과 프랑스,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만나면 별 이유 없이 밉고 마음이 불편한, 이해할 수 없는 마뜩 잖은 감정이 생기는 국가들이다. 심리학자 융(Jung)은 이러한 관계를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 또는 민족 무의식으로 설명한다. 개인 무의식은 개인이 어릴 때부터 쌓아온 의식적인 경험이 무의식 속에 억압됨으로써 그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한편 집단무의식은 인류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경험을 통해 저장해온 잠재적 기억흔적이다. 옛 세대들이 경험했던 의식이 쌓인 것으로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다.

간단한 예로 우리의 단군신화, 심청전 같은 내용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집단 무의식을 각 사람이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체득하는 과정에서 개인, 종족에 따라 조금씩 변형될 수 있다. 따라서 각 민족과 나라별로 고유의 집단 무의식을 가지게 된다.

지금 우리는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지난 6월30일 트럼프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판문점 깜짝 만남을 보는 순간 일본이 떠올랐다. 트럼프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오기 전에 일본 언론에서는 두 정상의 판문점 만남을 예측했다. 청주출신으로 국방전략가로 지명도가 높은 모 의원이 방송에 나와서 트럼프의 한국방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 앵커가 “일본소식통에 의하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깜짝 만남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참석자 모두 가능성이 없다는 반응이었고 모 의원 또한 단호하게 가능성이 없다하면서 “일본언론, 그거 믿을 거 못 된다”고 말했다.

지나간 신문을 보라. 어느 신문 하나 두 정상의 판문점 만남을 예측하지 못했다. 날짜 지난 신문보기가 취미인 필자는 퇴근 후 중앙일간지 10개를 훑어본다(e-NIE 거점운영학교이기에 컴퓨터로 모든 신문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치밀한 분석력은 세계 최고이다. 작금의 경제보복조치는 그들의 치밀한 분석과 계획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보다 더 냉철하고 치밀해야 한다. 일본인의 깊은 내면까지도 분석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를 `일본을 향해 돌출한 흉기'로 인식하는 일본 우익 히스테리,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사건에 묻어버린 조선 식민 지배와 난징 대학살의 역사, 전 세계 평화 운동의 중심을 자처하면서 침략과 전쟁을 지워버리는 자기기만.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일본 사회의 표면을 걷어내고 그들의 내면의 심리를 정확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국제 정치 질서는 정의롭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힘이 없이 당당하기란 쉽지 않다.

일본의 정신의학자 마사이키는 전후 일본의 집단심리는 `전쟁은 본래 비참한 것'이라는 대전제 아래 일본 군부지도자들에게 전쟁의 책임을 묻지 않고 전쟁에 동조한 평범한 일본인 모두에게 면죄부를 발부했다고 한다. 일본 내에서 전쟁 피해 보상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일본 최고재판소는 수인(受忍·참고 받아들여야 함)의 원칙을 적용했다. 전쟁은 다들 힘든 일이니 피곤하게 책임을 따지지 말자는 이런 입장에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끼어들 여지는 없을 것이다.

친구 박화영 교장이 공무로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걱정 반 반가움 반으로 일본의 분위기를 물어보았다. 박 교장은 혐한이나 경제보복 등에 대해서 일본인들은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아마 출장지가 주로 학교여서 10대들을 만났기에 그렇지 않나 생각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다(박교장은 일본에서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필자가 부탁한 일본산 동전파스는 결국 받지 못했다. 서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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