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他者)를 무시하면 반드시 되갚음을 받는다
타자(他者)를 무시하면 반드시 되갚음을 받는다
  •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 승인 2019.07.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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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나이가 들수록 솔직하고 정직하게 사는 게 좋다. 생긴 대로 살아야지 꾸미거나 가려봐야 뭔 소용이 있겠는가. 거짓말해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늘그막에 속이는 일에 목숨을 걸겠는가. 속마음은 따로 있지만 겉으로는 그럴 듯한 이유로 포장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실제로는 자신의 권한을 확장하고 조직을 확대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속마음을 갖고 있지만 조직 전체의 좋은 평가와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들이대면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불순한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사람의 경우는 자기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들이 모를 것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직장의 동료는 자신 만큼 다 똑똑하다. 웬만한 이야기의 배후에 깔린 생각쯤은 누구나 손쉽게 읽어낸다. 2~30년 동안 한솥밥을 먹고사는 동료는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상대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안다. 모든 사람이 내가 속마음을 감추고 있다는 걸 다 아는데,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멍청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상대에게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타인에게 잔머리를 굴린다면 그 사람은 상대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을 무시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 반드시 되갚음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 사회의 법칙이자 질서이다.

국가 사이에서도 이런 법칙이나 질서가 지켜진다. 일본의 총리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우리의 핵심적 산업 물자 생산에 필수적인 물품에 수출제한 조치를 걸었다. 수출제한 조치의 표면적인 이유는 우리의 전략적 물품 수출 관리가 허술하다는 걸 들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정부의 발표만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건 명확하다. 아베의 속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선거를 위한 한국 때리기가 속마음이라고들 한다. 대한민국의 진보정권에 대한 비토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보면 국가 사이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속마음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건 아베가 우리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베가 전략적인 물자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무시를 당한 것이고 그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 무시당할 짓을 하지 않았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제품이라면, 그리고 그 제품이 전략적인 물자라면 그걸 무기화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했어야 한다. 혹시 우리가 그 제품의 개발 비용보다 수입 비용이 싸기 때문에 일본제품에의 의존도를 스스로 높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윤추구를 하는 다국적 기업의 논리대로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국가의 기간산업이고 전략적인 고려가 필요한 제품이라면 기업의 이윤추구를 넘어서는 국가의 산업 안보와 경제적 자주성 수호 차원에서 접근했어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전략적 물품의 자급화를 지원했어야 한다.

아베는 우리를 무시했으며, 우리는 무시당하고 있으며, 일본은 그 이상의 되갚음을 받아야 한다. 우리 제품을 생산하는데 일본의 제품이 필수적이라는 건 우리의 제품 생산이 늘어날수록 일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이윤이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제품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전략적인 물품 자급화에 힘쓴다면 전략물품의 무기화는 물 건너간다. 일본은 더는 우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철학적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속마음을 감추고 다른 사람이나 나라를 속이려 한다면 반드시 되갚음을 받게 되어 있다. 20세기 철학에서는 타자(他者)는 무서운 존재이다. 타자를 무시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게 살자. 다른 사람을 속이려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고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다. 자신을 무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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