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들의 파격 행보
총장들의 파격 행보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7.09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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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고정관념을 깬다는 것 자체가 용기다. 관행을 탈피하고 익숙함을 거부하려면 일단은 욕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지위가 높을수록 안주하기를 원한다. 가만히 있어도 권한이 많은데 자충수를 둘 이유가 없다. 욕을 먹어도 관행을 깨면 사람이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 조직도 변한다.

대학가에서 권위를 내려놓고 파격 행보로 눈길을 끄는 총장이 여럿 있다.

대전 한남대학교 이덕훈 총장은 `뚜벅이' 총장으로 유명하다.

이 총장은 2016년 취임 이후 4년째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가 걷는 거리는 약 4㎞. 10년 전 건강에 이상신호가 생기면서 걷기 운동을 시작했고, 총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그 생활은 이어져 매일 4만 보를 걷는다.

이 총장이 도보 출근으로 절약한 총장전용차량 유지관리비는 연간 1억5000만 원. 이 돈은 학생들을 위해 다니엘 장학금으로 조성됐다. 다니엘 장학금은 연 400만원의 도서비, 기숙사비 전액, 일반대학원 진학 때 전액 장학금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지금까지 4억5000여만 원 이상의 금액이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이 총장은 걸어야 하는 이유로 “생각을 정리하고, 전용차량 비용을 아껴 장학금도 주고, 건강도 챙기고 일석 3조”라고 말한다.

김승택 충북대 전 총장도 임기 동안 도보 출근을 했고 캠퍼스 내에서는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았다. 5층 집무실까지 계단을 이용해 비서실 직원들도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기도 했다.

차천수 청주대 신임 총장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그가 총장으로 내정됐을 때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이 대학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봤다.

이제 취임한 지 10여일. 직원들 말을 빌자면 차 총장의 파격 행보가 신선하단다.

일단 차 총장은 중요한 행사 외에는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고 자가운전을 한다. 공적 업무이기에 밀담할 일이 없으니 결재를 할 때는 집무실 문을 열어 놓는다. 또한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한다. 예고 없이 부서를 찾아 직원들에게 어려운 일 있으면 얘기해 달라며 핸드폰 번호를 남기기도 한다. 차 총장의 얼굴을 모르는 직원들은 명함 위에 쓰인 이름을 보고 총장임을 알 정도다.

최근엔 학교 내 게시판에 `친애하는 청대 가족 여러분'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구성원들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면서 24시간 전화를 비롯해 이메일, 문자 등을 열어놓고 의견을 기다리겠다”며 “학생만을 바라보고 존중과 배려로 학생을 섬기는 총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입학자원 감소와 대학구조개혁평가로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교육당국의 칼날에 맞서야 하는 총장들의 어깨는 늘 무겁다.

호시절을 보낸 총장들은 임기 4년을 마치고도 연임 욕심을 낼 만큼 자리가 안겨준 지위를 누렸지만 요즘 총장들은 권한은 없고 책임만 떠안고 있다.

대학을 구하지 못하면 자신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으로 버텨야 하는 자리이기에 오죽하면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총장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

구성원과 소통이 잘 되는 대학이라면 총장의 파격적인 행보를 권위를 내려놓았다며 치켜세우겠지만 그 반대 조직이라면 격 떨어지는 쇼맨십이라며 가십거리로 치부할 것이다.

차천수 청주대 총장의 튀는 행보를 탈권위로 치켜세울지, 쇼맨십으로 깎아내릴지 학교 구성원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에 달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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