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는 하수(下水)가 아니다
지하수는 하수(下水)가 아니다
  • 연권호 청주시 하수정책과 주무관
  • 승인 2019.06.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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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권호 청주시 하수정책과 주무관
연권호 청주시 하수정책과 주무관

 

지하수(地下水)는 하수(下水)가 아니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상수(上水)는 수원의 근본이 되는 강수다. 그리고 수원은 크게 지표수, 지하수, 기타로 나뉜다.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상수라면 하수는 물을 이용한 뒤에 배출하는 오염된 물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상수도와 하수도 관리체계에서 상하수도 요금을 낸다. 마시고 생활하고 버리는 물에 돈을 쓴다.

지하수는 지표 아래에서 흐르는 물로, 보이지 않는다. 마시는 물과 버려지는 물에 비해 관심도 적다. 정부 정책에 의거 상하수도 보급률은 지난 2016년 기준으로 각각 98.9%, 93.2%이다.

여기에 지하수만의 특징이 있다. 지하수는 급수가 되지 않는 산간지역이나 농업용, 온천수 등으로 널리 쓰인다. 보급률 확대가 아니라 대체 수원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국민 모두를 위한 공적 자원이 아닌 사유 재산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지하수는 공짜일까?

결론적으로 돈을 낸다. 지하수법에 의하면 지하수의 공적관리 강화를 위해 지하수를 이용하는 자에게 지하수 이용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부과 금액은 지하수 취수량, 용도 등을 고려해 시·군·구 조례로 정하게 된다. 지하수 이용 부담금은 현재 이용량을 근거로 t당 85원(한강수계 물 이용 부담금의 100분의 50)이다. 부과 금액이 2000원 미만인 경우는 면제하고 있다. 부과 대상은 식당·여관·목욕업 등 일반용과 공업용이고, 가정용·농어업용·학교용·군사용·사회복지시설 등은 제외된다.

하지만 공공재라는 국민적 인식이 저조해 세금에 비해 납부율이 낮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용자가 직접 돈을 들여 개발했고 대체 수원으로 신고한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수는 한정된 공공 자원이다. 공공재는 공급과 수요에 따라 관리해야 지속 가능한 자원이 된다. 만약 옆 공장에서 지하수를 많이 써서 사용량이 부족해지면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혁명에 기반해 물리적 공간·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 융합의 시대'로 정의했다. 4차 산업혁명은 공간 혁명으로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지능정보기술이다. 우리는 이런 공공재 성격이 강한 무선인터넷 통신환경에 투자하고 지불한다. 덕택에 한국은 4차 산업의 기본 환경인 무선인터넷 속도 및 디지털 공간에서 선두주자가 됐다.

지하수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지속 가능성은 지하수 함량 확보 및 수질 관리다. 그리고 개발 가능한 활용 방안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산이 필요하다. 바둑에서 하수는 눈앞의 상황에 급급하고 작은 이익에 집착한다. 고수는 멀리 보고 대국을 운영하며 전체적인 상황을 관리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미래를 위해 지하수 관리만큼은 고수가 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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