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참사, "예고된 인재"…"크고작은 배 너무 많아 매우 위험"
다뉴브 참사, "예고된 인재"…"크고작은 배 너무 많아 매우 위험"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5.31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들 유람선 다뉴브강 유람선 경쟁적으로 늘려
크고 작은 선박 과도하게 뒤섞이면서 사고 발생
외신들 "다뉴브강 항해 위험하다" 잇따라 지적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 소형 유람선이 대형 호텔선과 충돌해 한국인 관광객이 죽거나 실종된 가운데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다페스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다뉴브강 야간 유람선’ 사업이 인기를 얻으면서 기업들이 유람선을 경쟁적으로 늘렸고, 크고 작은 선박이 과도하게 뒤섞여 다뉴브강을 운항하면서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제기됐다는 지적이다.

헝가리 매체 ATV는 30일(현지시간) 크고 작은 선박이 뒤엉켜 운항하는 다뉴브강 수상교통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8년간 호텔선에서 일했다는 마르깃 보야깃은 ATV에 “기업들이 매년 점점 더 많은 유람선을 다뷰느강에 띄웠다”고 지적했다.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 수상교통의 중심지로 대부분의 관광이 이곳에서 시작되거나 끝난다.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한 여행사 대표는 “최근 수년간 외국계 유람선을 허가해준 것이 실수였다”고 꼬집었다.  ATV는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소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이 탑승하고 있던 허블레아니 같은 소형 유람선 60~70척이 매일 다뉴브강을 운항한다. 아울러 허블레아니를 뒤에서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 같은 대형 크루즈도 8~10척이 다뉴브강을 매일 오간다. 충돌사고 당일에 강풍이 불고 폭우가 내려 강물이 크게 불고 유속이 빨라졌지만, 평소처럼 강에는 많은 유람선과 크루즈선이 운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매체 인덱스(Index)도 같은날 7년 경력의 선장의 말 인용해 이번 사고는 예고된 것이었다고 같은 맥락의 보도를 내놨다.

이 선장에 따르면 다뉴브강에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야경을 둘러보는 야간 유람선 사업은 그가 일하는 회사가 당초 소형 유람선을 가지고 시작했었다.

허블레아니 운영선사인 ‘유럽그룹’과 ‘파노라마 덱’ 등에 따르면 허블레아니도 길이 27m, 너비 5m의 소형 유람선이다. 승선 정원은 60명이지만 관광 용도로는 45명까지만 태우는 것이 관례다. 파노라마 덱은 회사 홈페이지에 자사 유람선 12척 중 크기가 가장 작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선장이 일하는 회사는 다른 대기업에 의해 인수됐고,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대형 선박들이 다뉴브 강에서 운항하게 됐다. 허블레아니를 뒤에서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도 대형 선박이다. 헝가리 매체에 따르면 바이킹은 길이가 135m, 너비가 25m, 승선 정원이 240명에 달한다. 침몰한 허블레아니에 비해 5배 가량 큰 규모의 선박인 것.

이 선장은 다뉴브강에 크고 작은 선박이 뒤섞여 위험하게 운항하면서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동종 업계에서 나돌았다고 전했다.  그는 다뉴브강에는 야간에 많은 선박들이 운항하는데 대형 선박 뒤에 있는 작은 배는 야간 신호를 인식하지 못해 위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대형 선박들은 항해용 레이더 외에도 후미에 수상 교통 상황을 파악하는 선원을 배치한다고도 했다.

이 선장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야간 유람선 사업을 금지하는 것이 맞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대신 당국은 야간 유람선 운항 시간 중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대형 선박이 회항하는 것을 금지했다고도 전했다.

AFP도 다뉴브강에 너무 많은 선박들이 운항했다는 지적을 내놨다. 선원들은 AFP에 종종 언어 장벽으로 인해 서로 의사소통을 할수 없는 배들이 다뉴브강에 너무 많았다고 했다. 다뉴브강은 독일에서 발원해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아를 거쳐 흑해로 흐르는 강으로 자유항행이 허용된다.

다뉴브강을 8년 넘게 항해했고, 허블레아니 사고 당시 인근에 있었다는 체코 선원 스타니슬라프 마코프스키는 “부다페스트에서 다뉴브 강을 항해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선박에서 근무하는 러시아 선원도 “강 위에 배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허블레아니를 비롯한 다뉴브강 야간 유람선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구비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안전의식 부족을 지적하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에 승선한 한국인 관광객들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