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습 2
삶의 모습 2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19.05.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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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거기 같고, 하루하루가 비슷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돈 많고 출세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도연명(陶淵明)이 관직을 버리고 시골 밭으로 돌아온 것은 삶의 다양성을 잘 보여 준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그리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다.

밭에 돌아오다2(歸園田居 其一)

方宅十餘畝(방댁십여무) 집 옆으로 십여 무(畝)의 텃밭이 있고
草屋八九間(초옥팔구간) 초가집 팔구 간이나 되네
榆柳蔭後簷(유류음후첨) 느릅과 버드나무는 뒤편 처마에 그늘 드리우고
桃李羅堂前(도리라당전) 복숭아와 오얏나무가 마루 앞에 줄을 섰네
曖曖遠人村(애애원인촌) 멀리 마을이 아스라이 보이고
依依墟裏煙(의의허리연) 마을에선 연기가 가늘게 피어나네
狗吠深巷中(구폐심항중) 깊숙한 골목에서는 개가 짖고
鷄鳴桑樹顚(계명상수전) 뽕나무 끝에서는 닭이 우네
戶庭無塵雜(호정무진잡) 마당에는 먼지 같고 잡된 것 없고
虛室有餘閒(허실유여한) 빈 방에는 한가함이 넘쳐 나네
久在樊籠裡(구재번롱리) 오랫동안 새장 속에 갇혀 있다가
復得返自然(부득반자연)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네

사람들은 살면서 자랑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시인도 예외가 아니다. 땅 자랑에 집 자랑이다. 혼자 먹고살기에 딱 맞은 크기의 밭, 혼자 기거하기에 딱 좋은 너비의 집이 있다고 자랑하는 시인의 모습은 참으로 진지하다.

자랑할 것은 또 있다. 뒤 처마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그리고 마루 앞에 줄지어 있는 복숭아와 오얏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시인의 재산이다. 이렇게 부자인 시인에게는 이웃 마을마저도 큰 자랑이다. 저녁밥을 짓느라 피어오르는 연기가 정겹기 그지없다. 마을 골목에서 나는 개 짖는 소리와 뽕나무 꼭대기에서 우는 닭소리는 또 얼마나 반가운가? 높은 벼슬과 많은 돈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평범한 것들이 시인에게는 도리어 귀한 존재들이다. 먼지 같고 잡스러운 생각을 버리니, 금은보화보다 귀한 한가로움이 집 안에 넘쳐 난다. 어딘가에 갇혀 있다가 풀려난 기분이야말로 세상에서 만나는 가장 큰 행운이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타고난 천성대로 사는 것이라고 답하기는 쉽다. 문제는 실천하는 것이다.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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