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5.0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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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요즘 TV <인간극장>을 자주 본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신년 특집에서 김형석 교수 편을 방영했다. 올해 100세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면서 철학자인 김 교수의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김 교수의 산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TV를 통해 여러 번 봤지만, 방송을 보고 관심이 생겨 그의 저서 `백 년을 살다 보니'를 읽었다. 그 책에서 삶에 대한 많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인생은 몇 살 때부터 황금기냐는 질문에 그는 60세부터 비로소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며 황금기는 60세~75세였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니 아동기에는 성장하기 위해서 바빴고, 젊어서는 결혼해 먹고살기에 정신없었던 시절이었고, 부담이 없는 60~75세 비로소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그 인생의 황금기를 지키려면 콩나물시루에 물 주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그 이후엔 가진 것 모두 남에게 베풀어야 할 것이라며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람은 50세쯤 되어야 비로소 인생을 되돌아보며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생각하기 시작한다. 60세쯤 되면 그 생각이 더 많아진다. 행복에 대해서 백 사람이면 백 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세기를 살아온 나는 요즘 부쩍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지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껏 무언가에 쫓겨 살아왔던 내 삶에서 뭔가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김 교수의 말씀은 내 마음에 와 닿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묻는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쯤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냐고. 대답들이 모두 다르다. 나이 드신 분 중 퇴직 후라는 분들도 많았다. 젊어서는 일하느라 생각이란 걸 할 겨를이 없었다며 젊음과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것은 젊은 날을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의 대답인 듯싶다. 열심히 살아오셨기에 지금의 편안한 삶을 행복으로 느끼는 것이다.

나도 바쁘게 살다 보니 행복이란 단어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살면서 행복한 순간도 많았으리라. 그러나 그 순간 행복으로 느끼지 못할 만큼 쫓긴 삶을 살았다. 요즘 입만 열면 `좋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자주 쓰시는 지인이 계시다. 젊은 날에는 바삐 살아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모든 것이 좋다신다.

신조어 중 `소확행'이란 말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으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 섬의 오후』에 등장한 말이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면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이라고 했다.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붕괴가 불러온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가 묻어나는 용어이다.

우리는 행복이란 무지개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행복을 찾아 떠난다거나 행복을 동경하기도 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음을 잊고 산다.

요즘 행복하다는 말을 하는 지인들과 자주 만나서인지 행복 바이러스가 전이된 듯하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5월의 꽃향기 속에서도, 초록의 푸르름 속에서도 행복이 고개를 내민다. 그대들이여,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가?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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