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짐이 된 가정의 달
마음의 짐이 된 가정의 달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5.07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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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가정의 달인 5월.

말만 들어도 정겹고 애틋할 것 같은 가정이라는 단어가 달갑지 않게 들리는 시절이 됐다.

없이 살아도 서로를 챙기고 감싸 안던 가족 간의 포근한 정도 팍팍하고 고된 삶을 살아야 하는 요즘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중년층은 조기 은퇴를 하면 어쩌나 두려워 하고, 청년층은 얼어붙은 취업시장의 한파를 견디느라 애쓰고, 청소년은 대학 입시 탓에 부모 얼굴 마주하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인데 가족 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는 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성인남녀 10명 중 7명은 가정의 달인 5월이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가 두잇서베이에 의뢰해 성인남녀 회원 36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는`가정의 달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부담을 가장 많이 느끼는 연령대는 40대(78%)였고, 이어 30대(73%), 50대 이상(60%) 순이었다.

심적 부담을 느끼는 사유로는 응답자의 44%가 지출증가를 꼽았다. 이어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아도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14%) △평소에 잘 챙기는 편인데도 이런 기념일이 되면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11%) 등을 들었다.

기혼자의 경우 양가에 제공하는 시간, 노력, 비용 등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점을 부담사유로 여겼다.

기념일이 많은 가정의 달, 지출예상 항목 1위는 현금지급(34%)이었다. 공동 2위는 선물구입과 외식(각 27%)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3%는 5월 기념일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준비하는 날로 어버이날을 꼽았다. 가장 많은 지출이 예상되는 날 역시 응답자의 76%가 어버이날(76%)이라고 답했다. 2위인 어린이날(14%)과의 격차는 62%P였다.

부모를 챙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경기 불황으로 얇아진 지갑이 문제다.

어버이날 만이라도 챙기고 싶은 마음의 짐이라도 갖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도 부모를 짐짝으로 여기고 학대하는 비율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국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인 노인학대 현황을 보면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2013년 1만 162건에서 2017년 1만3309건으로 4년 사이 3147건이 증가했다.

노인학대 판정건수도 같은기간 3520건에서 4622건으로 급증했다.

노인학대 유형을 보면 정서적 학대가 42.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신체적 학대(36.4%), 방임(8.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의 89.3%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때는 자식들 입에 풀칠하느라 손이 짓무르도록 일터를 지켰고 청춘을 받쳤을 텐데도 말이다.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휴대전화기를 보듯 부모를 보면 효자 아닌 사람이 없다고.

길을 걸어도, 밥을 먹어도, 책을 읽다가도 늘상 끼고 사는 핸드폰처럼 부모를 떠올리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우스갯소리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3대 거짓말이 `아픈 데 없다'`선물 필요 없으니 살림에 보태라'`바쁜데 내려오지 마라' 라고 한다.

올해는 아픈 데 없다고, 선물 필요 없다고, 내려오지 말라고 손사래 치는 부모의 말에 반항을 해보면 어떨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하는 청개구리처럼 말이다. 그렇게라도 마음의 짐을 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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