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자신감 어디로 갔나
한국당 자신감 어디로 갔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9.04.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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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결사반대하는 모습에서는 결기보다 일종의 나약함이나 패배주의가 읽혀진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제 장외집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좌파 연합세력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설치를 놓고서는 “공포정치의 시작”이라며 “법원과 검찰, 경찰, 국회의원을 손아귀에 쥐고 꼼짝 못 하게 하는 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우리 유권자는 국회의원을 뽑을 때 후보뿐 아니라 지지정당에도 한 표를 행사한다. 연동제는 정당이 얻은 지지율을 선거결과에 제대로 반영시키자는 제도다. 그동안 정당지지율이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정당지지율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비례대표 의석이 300석 중 47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금력과 인재풀이 탄탄한 거대 양당이 후보투표에서 1위를 다투며 의석을 나눠가진 후 비례의석까지 가져가다 보니 군소정당은 정당투표에서 선전하고도 대가를 얻지 못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정당지지율(26.74%)에서 민주당(25,54%)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차지한 의석은 38석. 민주당(123석)의 30%도 되지 않았다. 한국당은 정당지지율(33.5%)에서 1등을 하고도 의석 확보에서는 2등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총선 결과에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고질적인 양당 대립구도를 중재할 제3의 세력을 키워 국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호응을 얻는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하고 선관위가 정치권에 권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동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양당제의 과실을 누려온 민주당과 한국당은 동시에 불리해진다. 그러나 한국당과 달리 민주당은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이 지점에서 한국당은 왜소해진다. 한국당으로서는 상승세를 타고 있음에도 여전히 민주당과 격차를 보이는 지지율이 부담일 것이다. 낮은 지지율이 총선까지 유지된다면 정당투표에서 1등을 한 20대 총선만큼의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좌파정당이 국회를 장악할 것”이라는 나 대표의 전망은 지지율을 올려 민주당을 추월할 자신이 없다는 고백으로 읽혀지는 것이다.

한국당은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는 정의당이 당세를 불리는 것도 마뜩찮다는 입장이다. 6석의 소수정당에 위협을 느끼는 모습에서는 114석 제1야당의 중량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좌파연합' 발언에서는 바깥에 대한애국당을 빼고는 한편이 거의 없다는 한국당의 딱한 사정도 엿보인다. 중도에 우군을 만들 역량이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애기다.

공수처를 나치 정권의 게슈타포에 비교하며 거부하는 대목에서는 집권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툭하면 검찰을 권력의 주구로 비판하는 곳이 지금의 한국당이다. 한국당도 그만큼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말이다. 더욱이 공수처법은 기소대상에서 국회의원은 쏙 뺐다고 해서 반쪽짜리 법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당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국회의원을 배제한 문제를 들어 공수처를 반대했어야 했다. 이러니 “정권이 공수처를 앞장세워 국회를 꼼짝 못 하게 할 것”이라는 나 대표의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다.

한국당은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1위로 꼽히는 인물이 대표를 맡고있는 정당이다. 향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해 공수처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이다. 당장의 유불리를 따져 입법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이고 주체적 관점에서 사안을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 시절 모든 개혁적 시도에 제동을 걸었던 집권당이 어떻게 야당과 협치하며 혁신적 정책을 주도할 수 있겠는가.

한국당은 더 이상 저지와 회피로 일관하며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자해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정면돌파 의지를 가다듬고 협상 테이블로 나가 패스트트랙 저지에 들일 역량을 대한민국 정치 진일보에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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