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흔들리는 것에 대해
늘 흔들리는 것에 대해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04.28 2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할까 봐 눈치 보고 걱정하는 사람 같아요.” 3학년 아이가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 이솝우화로 독서토론을 하다가 낸 의견이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좋아하면 좋겠다는 아이에게 싫어하거나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묻자 당연히 있다고 대답한다. 이것이 사람의 본심일 것이다.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아마도 생이 끝날 때까지 화두로 남을 것이다. 우화에서 아버지는 나이 든 어른에게는 아들을 욕 먹이는 꼴을 보였고, 행인에게는 아버지만 나귀를 타고 가는 것이 매정하게 보였을 것이다. 성직자에게는 나귀 등에 부자가 앉아 가는 것이 동물을 가엾게 생각지 않는 양심 없는 사람으로 비친다. 우유부단한 아버지가 모르는 사람들의 이런저런 충고에 예민해진 것은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은 이렇게 새로운 실수를 거듭하면서 단단해지고 쌓인 경험치로 인생의 노하우를 갖게 된다. 어떤 게 더 효율적인가는 내가 직접 해 보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다. 그러나 강요된 성공의 이미지만 있고 인정받는 것만 평가되는 사회의 구조 속에서는 어떤 실수도 치명적이다.

어릴 적 이솝의 우화는 자신의 생각을 믿고 밀고 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해야 하는 일 앞에 단호하지 못한 내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던 철없음이 지나고 지금 생각하는 것은 우리는 자주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살아보니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의 말에 두려워하고 그 말에 휘둘린다. 나도 한때 처음부터 실수하기 싫어서 아예 시작도 못 하고 재기만 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남에게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지만 자신에게는 `이런 것도 하나 결정 못 하는 소심쟁이'라는 낙인으로 자책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성취감은 많은 실패와 두려움을 먹고 자라 이루어진다는 것을 안다.

수업이 끝날 즈음, 아이가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마음이 흔들릴 때는 어떻게 해요? 전 만날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하거든요” “어머! 그러니? 선생님도 그래,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대.”

하고 대답해주니 활짝 웃는다. 나만 그런 고민에 있지 않다는 것은 많은 위로와 생기를 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해본다. “잘 기억해요, 한번 경험한 것을 잘 기억해서 다음에도 써먹는 거죠.” 한다. 나름대로 대안을 찾아낸 아이가 참 기특하다.

우리의 주변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 때로는 뒤처지는 것 같은 무기력함에, 때로는 나만 제자리걸음인 듯한 답보 상태일 때 조바심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더욱 망설임이라는 우물로 빠져든다. 하지만 모든 것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실패가 쌓여 경험치가 될 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룰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지속적인 노력과 그것에 비례하는 시간이 만나는 정점을 하나씩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지금껏 포악한 지도자나 독재자, 폭군은 결정 앞에 서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어떤 상황을 일갈해서 정리하는 사람을 만나면 부럽기도 하지만 닮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거나, 우물쭈물 거리다가 막차를 타는, 혹은 늘 흔들리는 당신을 응원한다.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말이 왜 생겼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