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마저 사라지나
학교 운동장마저 사라지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4.09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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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미세먼지로 일상이 바뀌었다.

하늘을 보고 창문을 열지, 산책을 할지, 나들이를 갈지를 고민한다.

일선 학교에서는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체육수업을 할지, 야외 체험학습을 할지, 체육대회 일정을 잡을지를 논의한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공기청정기 광고가 넘쳐난다.

민원보다 더 무서운 미세먼지라는 농담까지 나오는 상황이니 심각성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세먼지를 줄여보겠다며 충북도교육청이 학교 운동장을 숲으로 조성하겠다는 카드를 내놨다.

학교에 설치한 공기청정기는 한계가 있어 장기 대책 방안을 모색한 것이 바로 운동장 숲 조성이다. 미세먼지도 잡고 자연을 통한 생태 교육을 하겠다는 부지가 하필이면 학교 운동장이다.

운동장은 단지 아이들에게 축구를 하고 농구를 하고 체육수업을 하는 공간이 아니다.

성냥갑 같은 갇힌 공간인 교실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바로 운동장이다.

아이들은 온종일 교실에 앉아 교과서와 씨름한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은 교사의 얼굴과 칠판뿐이다. 학생들에게 운동장은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를 만끽하는 공간이다.

기성세대들은 기억한다.

새벽별 보며 등교해도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친구들과 운동장을 누비고, 점심시간엔 도시락 먹는 시간을 아껴 친구들과 팀을 짜 축구, 농구, 피구를 하며 땅을 밟던 추억을. 그 시절 운동장은 늘 붐볐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학교 운동장은 조용하다.

점심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교실에 남아 있다.

하늘 보며 체육수업을 하기보다 교실이나 다목적 강당 천정을 보는 날이 더 많다.

정규수업이 끝나도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없다. 학원 가느라 바쁜 아이들의 일상에서 운동장은 한가하다.

운동장을 제 세상처럼 뛰어다니던 아이들 곁엔 이젠 스마트폰과 게임기가 자리잡았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실시한 청소년의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한 조사에서 66%가 스트레스를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욕을 하고(13%)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방법(6%)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답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자료를 보면 초·중·고생들의 신장은 정체된 반면 몸무게는 늘어 비만율이 높아졌다.

개정된 소아청소년 성장도표(체질량지수 기준)를 기준으로 한 학생들의 비만군율은 25.0%에 달했다. 비만인 학생이 2017년 23.9%에서 지난해 25.0%로 높아졌다. 과체중은 10.3%에서 10.6%로 늘어나면서 전체 비만율은 25.0%로 1년 사이 1.1%포인트 증가했다.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운동량도 급격하게 낮아졌다. 초등학생의 경우 `주 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숨이 차거나 땀이 날 정도의 운동) 비율'이 약 60%였던 반면 고등학생의 경우 그 절반도 되지 않은 23.6%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만 예방프로그램 운영·비만 학생 대상 대사증후군 선별검사 등 건강 취약학생의 건강 회복을 위한 서비스를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공부하는 학업양보다 활동량이 적은 학생들이 학교 테두리 안에서 마음놓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어디있을까. 미세먼지에 밀려 운동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학교 운동장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의 숨소리도 언젠가는 아날로그적 추억이 될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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