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다
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4.08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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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전국이 꽃대궐이다. 매화, 진달래, 산수유, 목련, 개나리, 벚나무가 차례로 꽃을 피우면서 동요처럼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남쪽에서 시작한 꽃물결이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충북도 꽃잔치가 한창이다. 물길을 따라 희고 노란 꽃띠를 두른 무심천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늦은 밤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도시민들에게 소확행의 시간을 안겨주었다. 나무의 봄이 선물한 풍경은 한유함이었다.

식목일을 전후해선 보은 정이품송이 화제가 되었다. 보은군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속리산 정이품송의 유전자를 활용한 자목을 판매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는 등 때아닌 소나무 구매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정이품송의 씨앗을 발아시켜 키운 자목이 유전자 일치도로도 90%가 넘는다 하니 기품있는 소나무를 가까이 두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이처럼 정이품송 자목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자 천연기념물을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청이 판매 보류 결정을 내렸다. 천연기념물 후계목을 일반에 판매한 사례가 없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판매 열기도 수그러들었다. 또한, 일각에선 정이품송 후계목 증식 사업이 유전자 보존을 위해 추진된 만큼 일반 판매는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구매로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빚어진 이번 일을 문화재청이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알 수 없지만, 시민들이 나무 한 그루에 느끼는 정서나 관심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보인다.

기후온난화로 도시숲이 주목받는 것도 세계적인 추세다. 아열대기후로 접어들면서 섭씨 40도에 육박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도시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책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의 가로수 관리만 봐도 숲의 개념보다 정비의 개념이 더 높아 보인다.

시가지를 깨끗하게 잘 정비하는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려 쾌적한 도시숲으로 가꿔나가는 도시정책이 필요하다. 불과 몇 년 전 1004만그루 나무심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자체의 산림정책은 지속성에서도 미흡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해의 식목행사는 미세먼지 여파로 그 의미를 더했다. 전국이 미세먼지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저감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더디게 추진되면서 환경단체 회원들은 청주산업단지 주변에서 식목행사를 했다. 당장 코앞에 닥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나무 한 그루 더 심기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인식하고 환경문제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작은 실천이었다.

최근 청주시의 도시공원정책을 두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지만, 도심 내 공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민들의 삶터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바다가 없는 내륙에서 바람길 조성은 미세먼지 대응과도 직결된다. 공기의 흐름을 바꿔주는 데 있어 나무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나무 한그루가 절실한 이때 지난 7일 발생한 강원도 대형산불은 시시각각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다행히 신속하게 불길을 잡아 인명피해를 줄였지만, 건조해진 기후는 전국에 크고 작은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온난화로 강우량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연재해까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산불이 커지자 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베어내고 불에 강한 나무를 식재해 산불을 예방하고, 소방헬기를 확보해 적극적인 예방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재난에 대비해 조직과 인력 확충, 매뉴얼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생활에 밀착되어 있는 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가짐도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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