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보이스피싱 `나는' 시민
`뛰는' 보이스피싱 `나는' 시민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04.03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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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거주 80대 기지발휘
경찰 조직원 검거 힘 보태
표창장 · 포상금 전달 계획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80대 노인이 기지를 발휘, 범죄 조직원을 붙잡는 데 힘을 보탰다.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A씨(81). 그는 지난 1일 오전 8시 50분쯤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발신자는 본인을 `검사'라고 소개했다. 자칭 검사는 곧 “절도범이 예금을 인출해 모두 훔쳐가려 한다. 예금을 모두 인출해 집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아야 한다”는 말로 A씨를 집 밖으로 유인했다. A씨가 은행에서 찾은 돈을 집에 놓은 뒤 주민센터로 갔을 때 절도 범행을 저지르려던 속셈이었다.

하지만 A씨는 쉽게 속지 않았다. 애초부터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까닭이다.

A씨는 재빠르게 집 주변 경찰 지구대로 향했다. 물론 통화 중이었던 발신자에겐 “돈을 찾아 집에 놓고 주민센터에 간다”고 말했다.

지구대에 도착한 A씨는 경찰에 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잠복을 벌이던 경찰에 수상한 거동을 보이는 한 남성이 포착됐다.

낮 12시 30분쯤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29)가 덫에 걸린 순간이다. 경찰은 잠복 4시간여 만에 A씨 집에 돈을 훔치러 온 B씨를 체포할 수 있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대만 국적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를 전화금융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조사결과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의 사주를 받아 A씨 집에서 돈을 훔쳐 나오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게 전화를 건 인물도 조직 총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경찰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며 “대만 총책과는 SNS로만 연락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비슷한 수법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에 기여한 A씨에게는 표창장과 신고 포상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례와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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