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타카
타카타카
  • 이재정 수필가
  • 승인 2019.04.0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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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이재정 수필가
이재정 수필가

 

“타카타카” 적요한 농막을 울린다. 마치 고집을 부리듯 제소리를 내는 타카다. 공기 압축기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공구로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나오는 원리다. 그리하여 붙인 이름이 못총이다. 총처럼 위엄이 대단하여 근처에 있다가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이 소리가 들리면 파레트는 변신을 한다. 처음에는 울타리가 되어 색을 입히니 멋진 담장이 되었다. 이어 수국이 심겨지고 화분에 들국화가 피어났다. 조금씩 진화를 하던 타카의 기술은 벤치가 곳곳에 놓여졌다. 따분하면 앉아보는 그네는 가끔 바람도 머물다 쉬어간다.

“타카타카”는 그이의 손에서 나오는 마법의 주문 같다. 쓸모없던 파레트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키는 마술을 펼쳐놓으니 말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놀라워하고 감탄하는 사이 농막을 온통 장악하고 있다. 입춘이 지나도 여전히 바람이 찬 어느 날, 마당 한 모퉁이에 파레트가 세워질 때만 해도 창고를 짓나 했다. 목수라 할 만큼의 공구와 대농을 한다 해도 믿을 농기계로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자꾸만 늘어나는 짐을 들여놓을 공간이 한 채 생기려니 한 것이다.

뚝딱거리던 작업을 끝내고 나에게 공개한다며 이끈다. 내 예상을 빗나간 하얀 집이 새치름하게 서 있다. 이런 이변이 있을까. 믿기 어려울 만치 예쁜 건물이 눈 안에 쏙 들어오는 집이다. 문을 열면 마치 마법이 풀려 달아날 것 같은 착각마저 드는 집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감동이 탄성(歎聲)조차 삼켜버리는 아담한 카페다. 이렇게 꾸미도록 감쪽같았는지 은밀히 해온 작업이었다. 곳곳에 그이의 정성이 가득히 배어 있다. 글을 쓰는 나를 배려하여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이는 살면서 때때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사람이다. 조금씩 파고(波高)는 달랐지만, 카페는 쓰나미급이다. 해일은 나의 영토를 휩쓸고 지나 잠식시킨다. 어디 한군데 손길이 안 간 데가 없이 작은 소품에도 고민했을 터이다. 꼼꼼한 성격에 허투루 할 리가 없다. 얼마나 많은 생각과 마음으로 지었을지 읽혀진다.

그이의 마음이 이렇게 와 닿을 때면 지금까지의 힘들었던 기억이 연기처럼 날아간다. 젊은 시절의 고생이 억울하여 울고 싶었던 시간을 망각의 강으로 다 흘려보낸다. 다시 흐르는 내 안의 냇물은 수정처럼 맑아진다. 현재인 바로 지금, 어느 때보다도 평화롭다.

한 평밖에 되지 않는 나의 카페가 커다란 빌딩을 가지고 있는 이에 비하랴. 갑부에게는 장난감이라지만 누구보다도 부자가 된다. 어마어마한 고가의 건물이 부럽지가 않다. 그이의 마음으로 지어진 이곳을 나는 마법의 성이라 이름 짓는다. 마법에 걸린 채로 성에서 빠져나오기 싫기 때문이다.

여기는 나를 내려놓아 가벼워지는 곳이다. 직장에서의 골치 아팠던 일도 잊어버리고 사람들과 북적대던 소란함도 가라앉힌다. 수많은 가닥으로 얽혀 있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머리는 텅 빈다. 조금씩 잎눈을 벌리는 나무를 바라보는 일로, 앵두나무의 꽃봉오리가 얼마나 더 부어올랐을지 지켜보는 시간이 좋다. 그이와 내가 많은 시간을 함께하여 서로에게 깊어질 수 있음이 감사하다.

조그만 일상의 행복에 빠져드는 마법의 성. 타카타카는 이 성문을 여는 주문이다. 밖에서는 자꾸만 못총을 쏘아댄다. 나는 또 마법에 빠진다. “타카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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