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O 국가비상사태 권고 사연
FAO 국가비상사태 권고 사연
  • 박재명 충북도 농정국 동물방역과장
  • 승인 2019.03.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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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재명 충북도 농정국 동물방역과장
박재명 충북도 농정국 동물방역과장

 

FAO는 베트남 정부에 국가비상사태 발령을 권고하고 나섰다. 지난 2.19일 베트남 북부지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 불과 1개월 만에 63개성(직할시) 중 20개성 208건이 발생하여 확산되었다. 이는 베트남의 문제를 넘어 인접한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이 우려됨에 따른 UN 차원의 강력한 경고였다.

한편, 중국도 작년 8.3일 심양에서 발생하여 6개월 만에 32개 성(직할시) 중 28개 성에서 108건이 발생하여 중국 대륙의 사막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중국은 양돈농가 6천만 가구에서 약 4억 5천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60%를 차지하는 양돈대국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베트남보다 발생건수가 적은 것은 농가에서 발생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소시지, 만두, 순대, 햄버거 등 가공품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이로 볼 때 감염된 돼지를 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고 도축장으로 무단 출하하여 가공한 결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그간 아프리카, 유럽 등에 발생하는 동안 아시아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발생국 내 전염속도와 국가 간 이동속도를 보면 유럽 등에 비해 매우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로써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 질병은 불행하게도 예방약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바이러스는 구제역처럼 빠르게 전염하지는 않지만 환경에 매우 강하여 잘 죽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재료로 만든 음식물의 잔반은 지역 내 유행을 촉발시키는 유력한 매개체가 된다.

멧돼지는 감염되어도 잘 죽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며 확산시킨다. 유럽의 국가 간 전염은 멧돼지가 중요한 매개체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서 이 질병이 한 번 발생한 국가는 청정화하는데 몇십 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금에 국경검역을 한층 강화하고 있지만, 유입 요인별 경로가 너무 다양하여 검역 효과의 문턱은 낮아지고 있다. 해외 여행객의 증가, 농수축산물의 국가 간 교역량이 증대되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근로자도, 다문화 가정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화에 따른 바이러스의 국가 간 이동 요인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여건으로 볼 때 바이러스 유입의 가장 유력한 통로는 멧돼지의 이동이나 잔반 보다 여행객 또는 외국인이 가지고 들어오는 불법 축산물이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각국에서 중국, 베트남 여행객이 가지고 온 휴대 축산물에 대한 검사결과 108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축산 방역 당국에서만 다양한 분야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모두 통제하기에는 힘에 벅차다. 국민 모두가 함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여행할 경우 축산시설 방문은 자제하고, 특히 축산물의 반입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부득이 반입하였을 경우 반드시 검역 당국에 신고하여야 하며, 우편물로 구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은 양돈농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관광산업의 위축, 축산물의 수출 중단과 수입 축산물에 대한 검역주권의 약화, 발생지역은 물론 식품가공 산업의 피폐화, 지방행정의 파행 등 여러 분야에 부작용을 야기한다.

도에서는 외국인 관련부서, 유관기관 합동으로 홍보협의회를 구성하고 홍보활동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 스스로 우리 지역의 안전을 위해 해외여행 할 때는 축산시설과 재래시장 정육점을 방문하지 말고, 입국할 때는 휴대 축산물을 반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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