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통신문 소동
가정 통신문 소동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9.03.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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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사서교사로 지내며 그동안 많은 가정 통신문을 적어 왔다. 아이들에게 알리는 소식은 글 틀로 예쁘게 적어 장식하고,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통신문은 학교 통신문의 양식에 맞춰 계절에 따른 인사말을 첨부해 작성한다.

신학기라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대여섯 장이 되는 가정 통신문을 진지하게 읽으며 고민할 것 같다. 학기 초에 나가는 통신문들은 중요한 것들이 많다. 그러니 저녁마다 읽어야 할 통신문을 앞에 두고 꼼꼼히 읽으며 고민하고 계실 학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골라 봤다. 송미경 선생님의 `가정 통신문 소동'(스콜라)을 말이다. 80쪽 정도 되는 초등 저학년도 혼자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으로, 학부모가 함께 읽어도 재밌을 이야기이다.

비둘기 초등학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이 부임해 온다. 새로운 교장 선생님은 `아무도 읽지 않을 긴 인사는 생략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번 주엔 가족 숙제를 내 주려고 합니다.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 기구를 네 가지 이상 타고 사진을 찍어 제출하시면 됩니다. 사진 대신 그림을 그려도 좋습니다. 이런 숙제야말로 아주 교육적인 거라고 할 수 있죠. 동전 줍기와 벌레 잡기의 일인자 새 교장'이라는 가정 통신문을 내 준다. 당연히 처음에는 모두 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후 교장 선생님의 가정 통신문은 자녀와 함께 세 시간 게임해보기 등 유쾌하고 기발한 숙제들이 나온다. 어느 집이 벌칙으로 춤을 춰야 하나 고민을 한다. 가족 전부 모여서 춤을 연습하게 만든다. 전에는 귀찮고 번거로웠던 가정 통신문이 기다려지는 가정 통신문이 되었다. 교장 선생님의 가정 통신문대로 하면서 부모와 아이들, 나아가 마을 전체가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고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이야기니까 라고 생각했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참 재미있겠다.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아이와 공감대가 생기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면 그게 다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아이와 부모가 서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놀고 여러 가지를 경험해 봐야 하는데, 나는 너무 아이들을 억압하는 교사가 된 건 아닌가 하고 반성했다.

오늘 한 말을 생각해 보면 “무엇을 해 보자.”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자.”라는 말이 더 많은 것 같다. 뛰지 말아라. 떠들지 말아라. 만화책 그만 읽어라. 게임 그만 해라. 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현실적으로 고민해 본다.

과연 이 책대로 실제 해 본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싶다. 결과는 어떨까. 실제 되면 과연 어떨지가 궁금하다. 이 책처럼 흘러갈까. 그렇지 않을까. 소설이 주는 힘을 믿어 보고 싶을 때는 이런 때인 거 같다. 소원이 이뤄지는 것처럼, 이 소설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이 눈높이에 맞는 소설이다.

엄마와 아이가 저녁 시간에 도란도란 한쪽씩 나눠 읽어도 무리 없이 좋을 책이다. 아직 글자 읽기가 서툰 저학년 아이들을 둔 가정이라면 자기 전 한 시간 전에 한번 소리내어 읽어 봐도 좋을 것이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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