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공소장, 선입관 우려"…법원, 검찰에 변경 요청
"양승태 공소장, 선입관 우려"…법원, 검찰에 변경 요청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3.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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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도 '공소장 일본주의' 지적
"정식으로 공소장 변경 요청할 것"

검찰 "직권남용죄 특성상 불가피"

양승태·박병대·고영한 등은 불출석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선입관을 생기게 하지 말라"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등 3명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절차라 지난달 열린 보석심문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변호인만 출석한 채 법정에 나오지는 않았다.



통상적으로 1차 공판준비기일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낭독은 실제 공판절차인 공판기일에 하고 오늘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공소사실 낭독을 생략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에서는 공소장을 제출했고 변호인들이 그동안 의견서를 몇차례 제출했는데, 공소사실 내용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구체적으로 보면 공소장 일본주의에 관해 주장하는 변호인들 몇 분이 있다"며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변호인 의견도 있지만 재판부가 보기에도 최초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서 재판을 진행하기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조금 지적을 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에는 사건에 관해 법원에 선입견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 등을 예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 관련해서 '한편 주심 대법관 고영한이'라고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고 전 대법관에 대해 기소된 것은 없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고 전 대법관도 이 사건 피고인이지만 세부적인 공소사실은 기소된 피고인도 있고 안 된 피고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하고 직접 관련이 없어서 불필요하거나 법관에게 피고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나 편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부분을 그대로 두는 상태에서 재판하는게 맞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 다 (언급)한 것은 아니고 지금 몇가지 예만 들었다"며 "기소된 공소사실하고 직접 관계되지 않으면서 너무 장황하게 불필요하게 기재된 부분(이 있고) 공소제기 취지가 약간 불분명한 부분 등도 말한 것 이외에도 몇군데 더 있다. 공판절차에 들어가기 전 정리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저희 재판부가 협의해서 정식으로 서면을 통해 지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그부분에 대해서 한 번 검토해보고 이건 일종의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괜찮겠다 하면 변경해주고 반드시 공소장 변경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 검찰이 '변경이 필요 없다', '우리는 이대로 가겠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부연했다.



변호인들도 재판부와 같은 의견으로 공세에 나섰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홍길동 '등'이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도 거기 연루된 사람이 있다는 것인지 변호인 입장에서는 특정이 안 된다"며 "불가피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급적이면 공소사실 인부를 위해서는 특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공소장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 측은 "이 사건 대부분 상대방으로 기재된 심의관들, 연구관들이 상대방인지 의문이 있다"며 "상관들의 잘못된 생각이 혹시라도 있었으면 거기에 대해 내가 양심적, 도덕적으로 동의 안 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보고서를 쓸 의무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가를 법적 판결에 기초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법원에서 지금까지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로 판단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한데, 이 사건은 극소수 사례와 다르다"며 "피고인들 공소사실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부터 6년 기간 동안 여러가지 동기나 목적으로 행한 범행이고 지휘체계, 공모관계도 다양하다. (범행이) 은밀히 조직적, 장기적, 반복적으로 이뤄진 성격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는 정확한 경위를 설시하지 않으면 왜 직권남용인지 또 피고인들이 도대체 뭘 방어할지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피고인들이 어떤 범행에 가담해 직권을 남용했는지 전후사정이나 범행동기,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향후 공판기일에서 다섯 갈래로 나뉜 공소사실 별로 증거조사를 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우선 각 주제 별로 바로 조사가 가능한 증거 서류부터 먼저 조사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 등 47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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