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 산 고양이
백만 번 산 고양이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03.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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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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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나는 누구인가(Who am l)'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이 화두(話頭)는 책 길을 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누구인가'의 본래 적인 물음의 욕구가 있어야 살기 팍팍한 현실에 주체로서 발 딛고 즐거울 수 있다는 말이다. 독서토론 수강생들에게 요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의 첫 물음에 대부분 학생이 `나는 지금 행복한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가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에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신입생이 이런 탁월한 물음으로 고민하고 있다니 신통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물음의 속을 들여다보면 지금에서는 행복도, 가치와 의미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에게 목숨이 백 만개쯤 있다면 어떨까. 매번 다시 태어나 어떤 게 정말 행복해지고 가치 있게 사는 건지 경험한다면 우린 좋은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쾌한 일본 작가 사노요코의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주인공 얼룩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살았고 또 죽었었다. 어떤 임금님의 고양이였던 적부터 뱃사공, 서커스단, 도둑 등의 고양이였다. 그들은 모두 얼룩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했다. 얼룩 고양이가 죽었을 때는 매우 슬퍼 울었다. 그러나 얼룩 고양이는 하나같이 자신의 주인을 싫어했고,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매정한 환생만이 이어졌을 뿐이었다. 그나마 그가 가장 자유롭고 자신을 사랑했던 생은 도둑고양이로의 생이었다. 그땐 뭐든 자유로웠고 주변의 암컷들에게 삶과 죽음이 일상이 된 무용담을 들려주면 구애를 한몸에 받기도 했으니까.

그러다 털이 하얗고 도도한 암고양이를 만난다. 얼룩 고양이는 거드름을 피우며 백만 번이나 산 자신을 뽐냈다. 그렇지만 하얗고 도도한 고양이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곧 자기 자랑은 그만두고 얼룩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있기를 청했다. 그렇게 고양이 두 마리는 사랑하게 된다. 새끼를 많이 낳고 다 키워 모두 흩어져도 얼룩 고양이는 흰 고양이를 더욱 사랑했으며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만족스러워한다. 얼룩 고양이는 그제 서야 살아감의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얀 고양이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하얀 고양이는 얼룩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숨을 멈춘다. 얼룩 고양이는 처음으로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울고 또 운다. 며칠 뒤, 얼룩 고양이도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리고는 두 번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눈물을 흘릴 줄 알았던 한 번의 생이 매정한 백만 번의 생을 뛰어넘어 진정한 안식을 가져다준 것이다. 이것은 한 번의 생을 살아도 함께 기쁘고 즐거운 생명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가치로운 삶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내면의 생명 감각을 깨워 다른 생명을 사랑할 줄 알고 앎에서 생기는 애틋함으로 가슴에 촛불 하나 켜두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귀엽고도 진지한 물음에 자기에게로 와서 인사하는 것들을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어쩌면 생은 단순한 것으로 움직이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마음'이것 하나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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