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과 교육
박물관과 교육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9.03.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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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박물관은 인류역사의 다양한 물질문화를 담은 문화의 보고(寶庫)이며 기억의 공간이다. 물질문화는 구체적인 문화의 외형요소로서 전통성, 정체성, 고유성, 통합성을 잘 보여준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실증적 문화이며, 관찰자가 직접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실체를 담아 놓은 곳이 박물관이다.

그러기에 다른 어떤 곳보다 박물관은 역사, 문화, 예술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박물관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에서는 박물관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비영리를 추구하며 영구적인 기관(박물관의 전제조건), 수집과 보존, 연구, 소통, 전시(박물관의 기능), 교육과 연구,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박물관의 목적)으로 박물관을 정의하고 있다. 즉 박물관의 존재목적은 일반 대중의 관심과 흥미의 폭을 넓혀서 그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궁극적으로는 교육적 효과를 거두는 데 있다. 박물관의 공공성과 지식보급을 위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박물관은 시간의 흐름과 문화적 환경에 따라 그 기능과 역할이 변했다. 오늘날 박물관은 수집, 연구, 전시, 교육을 통해 역사, 문화, 예술을 일반대중에게 보급하며 평생교육, 정보교류, 즐거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박물관을 제3세대 박물관이라 한다. 박물관이 소장유물을 전시하면서 정적인 공간에서 동적인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도 박물관에 교육적 요소를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유물이라는 실물자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박물관 교육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성별, 연령, 지역, 교양, 지식 등에 따라 관심과 흥미가 다양한 교육대상을 포괄할 수 있고, 강제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발적 참여로 현장교육이 가능한 곳이 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은 1908년 개관한 제실박물관이다. 순종은 개관식 축사로 “국민과 함께 즐기기 위해서”라고 했고, 황성신문에는 “제실박물관의 설립목적이 국민의 지식을 계몽케 함”이라고 썼다. 국권상실시기에 개관한 박물관은 국민의 위락과 교육기능을 중시해 교육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궁(御苑)을 개방하면서 관람객 주의사항으로 누추한 의복을 입지말 것, 복장을 단정히 할 것, 정숙할 것, 흡연 및 취식은 휴게소에서만 허용하고 애완동물 동반을 금했다. 근대적 교양을 배우는 체험학습의 장으로 궁을 개방함은 물론 교육기능을 중시했던 것이다.

박물관 교육은 1954년 어린이들에게 문화재를 가르치기 위한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가 문을 연 것이 시초다. 이후 국·공립대학, 사립박물관에서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을 대상으로 강좌, 답사, 체험, 워크숍 등 폭넓은 교육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박물관을 문화기반시설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지만 유럽, 북미, 호주, 일본 등은 평생교육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물관 설립 및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눈으로 보면 박물관은 문화기반시설이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의 눈으로 보면 비정규 평생교육기관인 것이다.

21세기 박물관은 평생교육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물관교육은 박물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럼에도, 박물관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박물관의 패러다임이 교육과 친지역적 정서로 변하면서 교육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박물관은 인류의 기억을 간직한 곳이다. 그 속에 담긴 실물자료들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 이야기를 꺼내어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박물관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성숙한 문화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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