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지켜야 하는 덕목이라는 생각 때문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면접 준비를 하기 전까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많지 않았다. 면접 준비를 하면서 `공무원이 지켜야 하는 덕목 중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게 결정이 됐다. 바로 `청렴'이었다. 하지만 너무 깊게, 어렵게 생각해서였을까. `청렴'이라는 답은 쉽게 결정됐지만 청렴을 `어떻게'하면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엄마의 고민이 별것 아니라는 듯 30개월 된 아들이 그 답을 알려줬다.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은 행동으로 표현하던 것들을 이제는 무엇이든 말로 표현하고, 말로써 전달하려 했다. 평소 좋아하는 책을 보던 아들은 책 속에 있던 동물카드 4장이 없어진 것을 알고 찾기 시작했다. 드디어 동물카드 4장을 찾은 아들은 한 장, 한 장씩 제자리에 두면서 “토끼야, 미안해”, “강아지야, 미안해”, “새야, 미안해”, “호랑이야, 미안해”라고 말했다.
아들 마음이 참 따뜻하다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아들이 다시 카드를 한 장, 한 장씩 소중하게 꺼내면서 “토끼야, 와줘서 고마워”, “강아지야, 와줘서 고마워”, “새야, 와줘서 고마워”, “호랑이야, 와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난 하던 일을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청렴을 지키는 방법을 결코 어려운 것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는 `말하는 방법'을 배우면 되는 것이었다. 고마움을 따뜻한 말 한마디로 전달한다면 어떠한 물질적인 것보다, 어떠한 대가보다 상대방에게 큰 위로와 맑은 기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3년째 접어들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청탁금지법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외부의 냉정한 시선을 바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단하지만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나부터, 우리부터 `청렴은 고마움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다면 공직사회 내부뿐만 아니라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에게도 분명 전달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나부터 말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달라진 시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