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부르주아
루이스 부르주아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19.03.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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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애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1911년 프랑스 태생의 여류작가인 루이스 부르주아는 성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작가였다. 이는 그녀의 유년 시절 아버지의 외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그녀의 아버지는 부르주아의 가정교사와 간통을 하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이를 공공연하게 묵인하며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산다. 이러한 가정환경은 부르주아뿐만 아니라 그녀 형제들의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그녀의 언니 앙리에뜨는 지체불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문란한 성생활을 즐

이상애 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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겼으며, 동생인 피에르는 괴팍하고 잔인한 새디스트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더구나 어린 부르주아는 언니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언니가 월경 중이었기 때문에 남자가 언니를 살해하고자 했던 것으로 착각했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정서적·성적인 방임의 가정환경 속에서 정상적인 성장의 통과의례를 밟지 못한 브루주아는 성인이 되어서도 내면에 성장하지 못한 어린아이를 그대로 지닌 채로 살아간다. 유년시절의 잘못된 성에 대한 경험이 그녀에게 트라우마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부르주아에게 아버지는 지속적으로 그녀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존재였다. 어느 날 그녀는 권위적인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1974년 <아버지의 파괴>를 제작한다. 방을 설치한 후 라텍스와 석고 등을 이용하여 설치한 이 작품에서 그녀는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가슴을 직접 대립시키고 있다. 그녀는 이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도살장에 방문하여 직접 캐스팅하고, 토막 난 동물들의 몸체의 부분들을 식탁이자 침대이기도 한 테이블 위의 여기저기에 흩어놓는다. 아버지를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부르주아와 아이들이 아버지의 팔과 다리를 절단하고 찢어서 식탁 위에 올려놓고 먹는다.

항상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고 억압적인 식사 분위기를 만드는 아버지 앞에서 침묵해야 하는 어린 소녀는 좌절하고 단지 물어뜯는 오럴사디즘의 행위로 아버지를 파괴한다. 이는 유아적 상상의 폭력이다. 그녀는 권위적인 아버지를 파괴하고 그를 다시 자신 속의 새로운 아버지로 재탄생시키는 엑소시즘을 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된 목적은 두려움으로부터의 탈출이고, 탈출의 모험은 트라우마에 대한 하나의 치료학인 셈이다.

주제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부르주아의 예술은 그녀의 삶 그 자체였다. 그녀의 예술은 그녀의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던 트라우마가 의식의 표면으로 올라와 예술작품으로 표출되는 일련의 과정으로서 트라우마와 화해하기 위해 분투했던 결과물이었다.

창작의 행위로 안녕을 기원하는 활동은 인간 역사의 태동과 더불어 행해져 왔고, 종교적, 정신적인 치유의 의미를 지닌다. 부르주아가 “예술은 정신적 온전함을 보증하는 것이다. 예술은 정신적 외상의 경험이거나 재경험이다.”라고 말하듯이, 그녀의 예술은 심리적 상처의 고통을 완화하고 상처받은 자아의 치유와 성장을 위한 도구였다. 그녀가 줄기차게 예술에서 재현하려고 했던 자아 찾기와 삶의 해답 찾기는 병든 나르시시즘과 부모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에서 분리되어 건강한 나르시시즘을 찾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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