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문제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답이다
명문고 문제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답이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3.20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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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아 호평을 받았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란 영화 속 대사처럼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과 회원들은 전국의 말을 한데 모으는데 큰 용기를 냈던 수많은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감동과 공감, 따뜻한 웃음은 관객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대사는 이미 회자하던 명언이지만 영화의 흐름과 딱 맞아떨어지면서 `말모이' 정신을 상징하게 됐다.

이 대사와 함께 짝꿍을 이루는 명언은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이다.

요즘 충북도내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충북도의 명문고 설립 추진 문제를 이 두 명언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역인재 육성이라는 총론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열 사람의 한 걸음'과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현실화하느냐의 각론 차이가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명문고 설립은 누가 뭐래도 `똑똑한 소수 학생의 열 걸음',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다'를 추구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설 명문고 한 곳이 지역인재 유출과 학력 신장이라는 지역사회의 두 가지 고민을 다 해소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든다.

도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지역인재 유출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지역 학생들의 학력 신장은 전국 모든 자치단체의 고민이다. 여기에 충북은 청주 오송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의료 국책기관 6개가 들어선데다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잇따른 유망기업 투자 유치 등으로 고급인력이 속속 집결하고 있지만, 그 구성원들이 희망하는 수준의 교육인프라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도의 명문고 정책은 여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열 사람의 한 걸음'과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대전제하에 지역인재 유출 방지와 학력신장을 꾀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경북 군위와 전남 곡성 등 영남과 호남지역 상당수 군단위 자치단체에서는 군립(槐立)학원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해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부 운영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큰 틀은 교육인프라 부족으로 대도시로 지역인재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군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학원을 운영한다.

충북을 기준으로 한다면 적어도 청주권에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원의 강사 수준으로 군립학원을 채워 만족도를 높였다. 심지어 서울 대치동으로 대변되는 국내 최고의 입시학원 경력 10년 이상 자격자를 채용하는 군도 있다.

덕분에 교육 문제로 지역을 떠나는 학생이 사라졌고, 매년 모든 학부모가 선호하는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의 합격자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히려 교육환경에 매력을 느낀 대도시 학생들이 전학을 오는 새로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호남 광역자치단체는 시 단위 자치단체에 있는 지역 명문고가 도맡아야만 했던 지역인재 유출 문제를 군 단위에서 1차적으로 해소해주면서 부담을 덜고 있다. 지역인재의 수부도시 쏠림현상도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충북으로 치면 중부4군과 남부3군 우수학생들이 중·고등학생 때부터 청주로 유학을 오는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다.

군립학원 운영비 충당을 위해 추진한 출향인사와 기관·단체, 기업인 등의 참여 유도는 애향심 향상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바로 우리가 찾는 `같이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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