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위치에 대한 남녀 간의 오랜 분쟁
변기 위치에 대한 남녀 간의 오랜 분쟁
  •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 승인 2019.03.20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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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물리교육학 박사 충북 특수교육원장
김태선 충북 특수교육원 과장 물리교육학 박사

 

재잘재잘 떠들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목적(?)인 중년 아줌마들의 수다 모임에 갔다. 마침 대화의 주제가 가정 내 화장실 사용에 대한 것으로 집집마다 남편이고 아들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서서 쏴'를 해서 괴롭다는 이야기였다. 볼일을 볼 때는 앉아서 사용해달라고 해도 남자들이 어쩌고저쩌고….

이 주제는 남녀 간의 오랜 논쟁거리이다. 단지 소소한 논쟁거리로만 보았던 이 주제에 대한 뉴스들을 잠깐 엿보고 과학적 소견을 제시해보자.

2015년 BBC방송이 전하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세 들어 살던 독일의 한 남성이 집주인으로부터 `서서 쐈기' 때문에 손해를 입혔다는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다. 이유는 화장실 바닥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데 서서 소변을 볼 때마다 조금씩 튀어 대리석 바닥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독일 법원은 집주인의 손해배상 요청을 기각했다. 남성들은 관습적으로 서서 볼일을 봐왔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남성들은 법원도 `서서 쏠' 권리를 인정했다고 아내에게 주장하겠지만, 판사보다 아내가 무서울(?) 수도.

2017년 중국 왕이 통신의 뉴스도 재미있다. 산시사범대에서 여자 화장실에 입식 소변기를 설치했는데, 그 이유는 서서 볼일 보면 물이 절약된다는 것이다. 여성 소변 처리에 필요한 물은 남성의 2배라며, 입식 소변기를 쓸 수 있도록 종이 깔때기를 같이 비치했다. 이 뉴스를 들은 한 중년 아줌마는 종이 낭비도 문제고 볼일을 볼 자신이 없다며 혀를 찼다.

그렇다면 이 주제를 과학적으로 다룬 연구는 없을까? 미시간주립대 최재필 교수는 1) 나갈 때 변기 시트를 올려놓는다 2) 나갈 때 변기 시트를 내려놓는다 3) 쓰던 그대로 두고 화장실을 나간다(이기적인 룰)로 나눠 경제적 효율을 조사했다. 그의 연구과정은 남녀 대소변을 보는 횟수 차이, 가족 내 남녀 비율 등을 고려해 복잡한 산술과정을 거친다. 어쨌든 흥미로운 것은 쓰던 그대로 두고 나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변기 위치를 변화시켜야 하는 불편함이라는 비용을 남성이 지불해야하고, 그로 인해 얻게 되는 편리함이라는 혜택은 여성이 받는다고.

리처드 하터는 과학 계간지에서 복잡한 게임 이론적 접근을 통해 분석한 결과 아침에는 변기 시트를 올려놓은 채로 나가고 저녁에는 한밤중에 시트 없이 앉게 되는 놀람과 부부싸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려놓는 것을 추천했다. 재미있는 주장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라고 추천하는 것이냐고 독자들이 묻는다면 대답은 이렇다. 지난 1월 24일 썼던 `화장실 물을 내릴 때 변기 뚜껑을 꼭 닫아야 할까?' 칼럼과 연결된다. 각종 비위생적인 물방울로부터 가족의 건강을 위해 변기 뚜껑을 닫으면 자연히 변기 시트가 내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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