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협상, 도민들은 피로감 느낀다
벼랑끝 협상, 도민들은 피로감 느낀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3.10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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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명문고 육성 협의에 나섰지만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명문고를 육성해 다른 시도와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큰 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양측이 주장하는 명문고 개념에는 여전히 간극이 커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충북도가 원하는 명문고는 전국 모집의 자사고 설립이나 전국 모집의 자율학교 설립, 외지에서 청주로 이주하는 연구소나 기업체 자녀들에 한해 도내 고교에 응시할 수 있는 제한적 전국 모집의 학교 운영 모델 중 한 가지를 선택하자는 것이다.

반면 김병우 교육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교원대 부설고를 국립미래학교로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오송 이전 검토도 포함했다. 두 기관의 협상카드는 나온 셈이다.

그동안 두 기관의 협상방식을 보면 실무진끼리 줄다리기를 한 뒤 여론의 비난과 시간에 쫓겨 수장이 만나 극적인 합의에 이르는 `벼랑끝 전술'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은 학부모단체가 지원사격을 했고, 도청은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논리를 강변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시종 지사가 명문고를 육성하고자 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지역의 인재를 키워 중앙부처 요소요소에 포진시키고,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의 걸림돌인 교육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내 우수인재의 타지역 유출을 방지하고, 외부 우수인재를 도내로 유입할 수 있는 사회통념상 전국 모집의 고교를 명문고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이 지사의 생각과 김 교육감의 교육철학과는 거리가 멀다. 김 교육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신개념 명문고는 `국립미래학교'라고 못박았다.

국가교육아젠다 실험학교인 국립미래학교를 육성해야 할 명문고로 규정하고 새 교육모델 창출과 실험은 국가의 몫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미래 충북을 이끌어갈 교육문제라는 점에서 좋은 모델의 명문고 육성에 빠른 합의를 바란다. 다만 이 과정이 벼랑끝 협상방식을 답습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SNS를 통한 선전전과 언론을 통한 여론전의 협상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무진의 협상에 의미와 기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교무상급식 갈등 때도 두 기관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끌다가 결국 명문고 추진 합의서 한 장으로 합의를 끝냈다. 실무진의 논의에서 한 발짝도 진척된 게 없었고 두 기관장의 의지에 따라 협상이 좌지우지된 사례를 도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협상을 이끌어가는 TF가 과연 무엇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많은 도민은 의문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두 기관이 교육문제를 두고 사사건건 충돌하는데 이제 도민들과 학부모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도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는 이때 두 기관의 협상방식에도 변화가 있길 희망한다. 대리전으로 시간을 끌 게 아니라 두 기관장이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어한다는 게 도민들의 여론이라는 것을 대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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