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이란 이름의 여우
유혹이란 이름의 여우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03.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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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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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인 말이지만 인간은 불완전하고 불안전하다. 내면의 결핍과 열등감이 삶의 에너지가 된다는 심리학자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고 지난 한 생의 주기 속에서 허기진 영혼에 뜨거운 파스라도 붙이고 싶어 한다. 나와 같은 사람이 주위에 더러 있기에 시간과 마음을 나눠 서로 우정 하던 날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의 더께가 쌓이다 보면 다른 만남과 헤어짐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더 좋은 것으로의 갈망이든 오래된 우정의 식상함이든 살아가면서 겪게 된다.

어느 숲 속에 큰불이 났다. 거센 불길에 날개를 다친 까치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고 개는 까치를 입에 물고 자신의 동굴로 데려가 간호해주었다. 다시는 날지 못한다는 현실에 절망하는 까치에게 개는 “난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그래도 산다는 건 멋진 일이야!”라고 말한다. 개는 까치를 등에 태우고 달리며 바람이 까치의 깃털 속으로 스며들게 해준다. 마치 나는 것처럼. 까치는 이제 개의 눈이 되어주기로 하고 개는 까치의 날개가 되어주기로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여우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기 전까지는. 여우는 개가 까치를 태우고 달리는 모습을 정말 특별하다고 말한다. 둘 사이에 여우가 끼어들고 어느새 동굴 속은 여우의 냄새로 가득 채워져 갔다. 분노와 질투와 외로움의 냄새였다. 여우는 한 번씩 개의 눈을 피해 까치에게 말한다. “나는 개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바람보다도 더 빨리. 나랑 함께 가자”

몇 번의 유혹 끝에 여우의 등으로 갈아탄 까치. 여우는 까치를 등에 태우고 붉은 사막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몸을 흔들어 마치 벼룩이라도 털어내듯 까치를 등에서 떨어뜨렸다. “이제 너와 개는 외로움이 뭔지 알게 될 거야” 여우는 까치를 혼자 남겨 두고 가버린다. 이글거리는 붉은 사막 한가운데 홀로 남겨진 까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고 웅크리고 있다가 혼자 남겨 두고 온 개를 생각한다. 조심조심, 비틀비틀, 폴짝폴짝. 까치는 친구가 있는 곳을 향해 멀고 먼 여행을 시작한다.

착한 개, 완전함을 욕망하는 까치, 삐뚤어진 여우는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에 흐르는 보편적인 흔들림일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불행과 고단함을 마주한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그런 어려움과 고통을 통과하며 영글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까치는 기다려줄 개가 있는 곳으로 떠나면서 그림책은 끝난다. 먼지 날리는 평야와 소금밭, 이글거리는 붉은 사막을 지나 개에게까지 가는 여정은 만만찮을 테지만 까치는 분명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개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자신만의 안식을 찾아가는 가장 완전한 자기 성장과 만족일 테니까.

우리는 늘 흔들림에 뒤엉켜 있다. 어떤 날은 먹는 것 하나도 고르지 못하는 결정 장애일 때도 있다. 여우가 줄 수 있다고 약속한 것들에 대한 배신과 단단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실망은

또 하나의 경험치가 되어 굳은살이 되고 내공으로 영혼에 새겨질 것이다.

과오를 깨닫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 로마의 영웅 카밀루스처럼 우리는 익어가면서 개악(改惡)이 아니라 개선(改善)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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