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판 깨기' 대신 '새로운 상봉' 강조…"대화 동력 유지"
北 '판 깨기' 대신 '새로운 상봉' 강조…"대화 동력 유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3.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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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합의문 도출 실패하고도 긍정적 반응 내놔
美측 주장에 격앙된 표현 대신 사실관계 주력
제재 해제 통한 경제발전 절실…판 깨기 곤란
"대미 비난성명 대신 정제되고 차분하게 대응"
"대화 동력 유지하려는 북한의 의지로 보여"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 앉은 사람)과 최선희 부상이 1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북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 앉은 사람)과 최선희 부상이 1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북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 도출에 실패하고도 긍정적 반응을 내놓는 등 향후 북미 간 협상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이 완전히 판을 깨고 비핵화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됐으나 아직은 대화 의사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2차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1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 길을 오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의 성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하여 사의를 표했다"며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추후 협상이 재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모든 핵프로그램 중단이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며, 북측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한 것처럼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다음 회담을 약속하진 않았다"고 밝혀 차기 회담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럼에도 북한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전반적으로 회담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소식을 전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두 정상의 입장 차를 확인하며 회담이 결렬됐지만 계속적인 대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대북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과 체제 안정을 꾀하려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어렵게 마련된 북미 대화의 판을 깨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현지 시간으로 지난 자정 북 측이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에 비난 섞인 표현보다는 차분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냉정하게 대응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심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라며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기자들에게 "(우리가) 영변 핵시설을 통째로 폐기하는 그런 제안을 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엔 제재 결의까지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 측 반응을 보면서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 결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전날 북미회담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입장이었지만 과거 북한이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거침없는 표현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절제된 표현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 부상은 작년 6월 1차 북미 회담 개최 직전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고 북미 회담 재고를 거론하는 담화를 발표해 회담 무산 위기를 불러왔던 당사자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가 담긴 합의문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대화 의지를 갖고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북한 만의 표현이라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금까지 북한의 패턴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미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상당히 정제되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합의는 유효한 상태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자는 메시지로 보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미) 어느 한쪽에 책임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사실관계에 집중하면서 자신들은 적절한 딜을 제기했다는 팩트체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밝히면서 계속된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려는 북한의 의지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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