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홀로서기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 강사
  • 승인 2019.02.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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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 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 강사

 

1인 가구의 증가로 혼밥, 혼술이란 단어가 나온 지 오래다. 그러나 `더불어'라는 단어가 익숙한 세대는 아직도 쉽지 않다. 나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생활방식은 인정하나 스스로 실천하기 힘든 세대 사람인 것 같다.

학창시절 학생들에게 유명했던 시가 있다. 서정윤의 `홀로서기'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시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홀로서기'는 시리즈로 6권이 출간돼 300만 부 이상 팔렸다. 홀로서기는 서정시로 여러 편으로 되어 있지만, 그 긴 시를 외우며 되새기곤 했다.

`홀로서기'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1987년 당시 사회가 어수선했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분출하면서 시위가 끊이지 않았으며, 탄압도 스스럼없이 자행되어 개인이 중심을 잡고 자아를 발견하며 살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 시기에 시가 추구하는 자아 성찰 이미지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던 많은 사람에게서 공감대를 이끌었던 것 같다. 또 참여시가 유행하면서 순수시에 목말라하던 사람의 갈증을 해소해 준 것으로 시대를 반영한 시로 기억된다.



홀로 선다는 건/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더 어렵지만/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중략> 홀로 살아간다는 걸/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나는/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서정윤의 홀로서기 中



얼마 전 충주에 볼일 보러 갔다가 혼자 식당에서 갔다, 그곳은 단골 베트남 식당이다. 쌀국수가 맛있어서 자주 가곤 했다. 버킷리스트 하나인 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인지 몇몇 손님이 식사하고 있었다. 늘 먹던 쌀국수를 시켰다. 쌀국수가 나오자 젊은 친구들처럼 보기 좋게 세팅한 후 사진도 찍었다.

혼자 즐기는 걸 자랑하려고 베트남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곤 혼자 온 것이 어색하지 않게 즐기고 싶었다. 그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점심을 먹었다. 늘 먹던 쌀국수인데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혼자 먹으면 맛없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렵다. 혼자 즐기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내 버킷리스트에는 온통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적어 놓았는데 실천이 힘들다. 해외여행 혼자 가기, 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 낯선 곳에서 혼자 즐기기 등이 있다. 혼자 시간을 보내기를 꿈꾸어 보지만 행동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지천명의 나이에도 홀로서기는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이 나이를 먹도록 무엇을 해도 혼자 하면 재미가 없고 두려운지 모르겠다.

혼자 즐긴다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멋있거나 낭만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자칫 궁상맞아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어렵다. 타인의 시선을 인식하며 살아온 세대는 내 생각보다는 남의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나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은 이기적인 생각으로 학습해 왔기에 행복한 순간도 마음껏 행복해하지 못한 것 같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생각과 행동은 저만치에서 지켜보는 형국이다. 요즘 홀로서기란 말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왠지 외로워 보이고 쓸쓸해 보이는 건 뭘까? 강인함의 상징으로 알려졌던 1987년대의 홀로서기처럼 극복, 의지의 단어로 승화시키고 싶다. 인위적 홀로서기가 아닌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움을 나타내고 싶은데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나이가 들수록 혼자 지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홀로 선다는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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