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19.02.27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최근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의 입시코디 김주영(김서영)의 테마곡은 슈베르트의 `마왕'이었다. 드라마 속 김주영은 슈베르트의 `마왕'을 마치 그림자처럼 두른 듯 항상 블랙슈트를 입고 극 중 긴장감을 고조시켜나갔다.

슈베르트는 죽음과 방랑자를 소재로 한 작품을 여럿 남겼다. `마왕', `죽음과 소녀', `겨울 나그네'등 슈베르트의 음악적 주제였던 죽음, 방랑자 그리고 겨울, 특히 겨울은 독일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뒷모습의 화가'프리드리히에게도 모티브가 되었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슈베르트의 음악처럼 인간의 유한한 삶을 뛰어넘은 영혼의 세계를 갈망하는 그림을 그렸다.

슈베르트와 동시대에 살았던 화가 프리드리히는 7세에 어머니를 잃고 이후 형제 3명마저 잃게 된다. 이러한 가족의 죽음은 그를 은둔적 생활로 몰아넣었다. 그의 대표작 `참나무 밑의 수도원' 그림 속 수도승들은 한없이 작은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거대하고 경이로운 자연 앞에 인간은 너무나 작은 존재라는 것을 표현했다. 그리고 `안개 낀 바다 위의 방랑자'는 인간의 쓸쓸함과 고독이 느껴지는 대표작이다.

슈베르트와 프리드리히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인간은 유한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한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 아름다운 삶이다. 유한한 시간 중 한순간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가끔 미술관에서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서 특별히 시간을 만들어 미술관에 간다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어렵사리 미술관을 방문하여 예술작품을 감상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올바른 감상은 그것을 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감상자의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의 정보들은 관람객의 눈을 가리고 단편적이고 압축된 단순 정보만 제공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마치 자신이 작품을 이해했다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작품 중에도 그 아름다움은 한 번에 금방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한 번에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붉은 바다의 석양이나 가을 산의 단풍,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알지만, 예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자신이 한 번 본 풍경, 영화, 그림이 곧바로 자기 것이 된다고 오해한다. 자신에게 남은 인상을 능동적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만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단 몇 번의 경험으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술에 대한 진정한 감상과 이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수반될 때 열매를 맺는다. `SKY 캐슬'을 통해 들었던 슈베르트의 `마왕'이 아닌 슈베르트의 일생을 통해 듣게 되는 `마왕'은 죽음과 동시에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