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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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9.02.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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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진희 부국장(진천주재)
공진희 부국장(진천주재)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귀여운 ~”

기해년 첫 달 상어가족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달 9일 빌보드는 핑크퐁의 상어가족이 빌보드 싱글차트 3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국 차트에서는 오래전부터 100위권에 들어가 있었고 같은 달 10일에는 6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상어가족은 2년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21억뷰도 기록했다.

그러나 귀여운 아기상어도 인간의 탐욕과 무지의 그물망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 5일 코타키나발루에서 140㎣ 떨어진 므눔복 지역의 해변에서 발견된 어린 고래상어의 주검에서 가로 32㎝, 세로46㎝ 크기의 비닐봉지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숨진 채 발견된 향유고래의 뱃속에서는 플라스틱 컵 115개와 비닐 백 25개가, 태국에서는 죽은 거북이의 뱃속에서 플라스틱과 고무밴드, 풍선 조각 등이 발견됐다.

대만의 청궁대 해양생물학 고래연구센터는 쓰레기로 가득 찬 어린 범고래의 위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에서 구조된 거북이의 목에서는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의 뱃속에서 500℉ 페트병이 나왔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를 떠다니다가 잘게 부서져 해양생물들이 이를 먹이로 착각해 먹으면서 수난을 겪고 있다.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몸에까지 축적될 수 있다.

플라스틱은 당구공의 재료로써 비싸고 귀했던 아프리카 코끼리의 어금니(상아 : 象牙)를 대체할 물질을 찾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물질 없이는 LCD와 고성능 2차전지, 자동차 내장재 등 현대문명이 만들어 낸 혁신적인 제품들을 제조하기 어렵다.

그러나 쓰고 버려지는 수많은 플라스틱으로 지구 환경이 위험에 처해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2016년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83억t의 플라스틱 중 단 9%만이 재활용됐다.

나머지 60억t 이상이 쓰레기가 되어 태우거나 매립하는데 매립 비중이 80% 정도 되니 땅에 묻거나 바다에 버린다는 얘기다.

づ에코맘코리아(대표 하지원)는 지난해 12월 11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脫 플라스틱 코리아:해양플라스틱 쓰레기 현황 및 방안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국회의원까지 참여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대란에 대처하기 위해 범정부차원의 협치를 통한 정책 설계와 함께 시민과 정부의 거버넌스를 통해 시민사회의 실천력 향상을 위한 행동강령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귀여운 ~”

갈라진 뱃속에서 제 키만한 비닐봉지가 발견된 아기상어의 주검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입에 착착 감기는 상어가족의 노래는 여전히 귓가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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